오연지
오연지가 지난 8일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린 아시아복싱연맹 여자선수권대회에서 대회 2연패를 차지한 뒤 애국가가 나오자 가슴에 손을 올리고 있다. 제공 | 대한복싱협회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아시안게임까지 ‘1등 금메달 선수’ 자신감으로.”

한국 여자 복싱 선수 최초로 아시아선수권 2연패를 달성한 오연지(27·인천시청)는 다부진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여자 복싱 60㎏급 간판스타인 그는 지난 8일 베트남 호치민에서 끝난 2017 아시아복싱연맹(ASBC) 여자선수권대회 결승에서 개최국 선수인 베트남의 우옌류띠를 상대로 3-2 판정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5년 이 대회에서 한국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거머쥔 그는 2연패를 달성하며 내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전망을 밝혔다.

오연지의 우승은 어느덧 복싱 약소국으로 전락한 한국이 국제 위상을 가다듬는데 촉매제 구실을 하고 있다. 지난해 리우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도 편파 판정에 밀려 눈물을 곱씹은 그는 링에서 경기를 스스로 제어하고 장악하는 힘을 길렀다. 올해 콘슨탄틴로코트코프 기념국제복싱대회에서도 은메달을 따더니 아시아선수권에서 ‘금빛 펀치’를 날렸다. 그는 “예전에는 경기 중 불안한 자세가 많이 나왔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감독께서 하체 중심을 잡아주셨고 나는 스텝과 더불어 주먹을 뻗는 동작을 (시간이 흘러도) 자연스럽게 유지하는 동작을 기르기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시아선수권을 통해 자세 교정이 제대로 실전에서 효력을 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스스로 링에 올랐을 때 달라진 점을 봤다”고 말했다.

심리적인 부담도 털어냈다. 그는 “이젠 무조건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생각으로 링에 오르지 않는다. 이번에도 (홈 어드벤티지를 받는) 개최국 선수를 상대하는 만큼 은메달도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내 기량을 펼치는데만 집중했다. 내년 아시안게임 때도 ‘1등 금메달 선수’라는 자신감을 품으면서도 부담을 느끼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오연지는 귀국하자마자 진천선수촌에 입촌했다. 그는 “몸은 피곤하지만 대표팀 훈련 일정을 제대로 소화하고 싶었다”며 “올해 마지막 대회가 국가대표 선발전인데 가벼운 마음으로 몸을 다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 경쟁력을 쌓으려면 다양한 스타일의 상대와 스파링을 해야 한다. 되도록 아시안게임 전까지 여러 선수와 실전 경험을 쌓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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