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개막 축포\' 이동국, 주먹 불끈~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 현대 모터스와 울산 현대 축구단의 K리그1 개막전이 열렸다. 전북 이동국이 후반전 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2018. 3. 1전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전북=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3경기 4골. 베스트11에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않은 이동국(38·전북)의 시즌 초반 기록이다.

말 그대로 ‘슈퍼 조커’다. 이동국이 시즌 초반부터 불을 뿜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와 K리그1 개막전 등 3경기에서 모두 교체로 투입돼 한 번도 빠짐없이 골을 넣었다.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울산과의 개막전에서는 후반 15분 교체로 들어간 지 1분 만에 결승골을 터뜨렸다. 40분에는 한교원의 추가골을 어시스트 해 전북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3경기에서 100분 조금 넘는 시간을 뛰고도 4골이나 터뜨렸다.

이날 경기에서도 30여 분을 뛰면서 자신의 장점을 모두 보여줬다. 득점 장면에서는 특유의 발리슛을 선보였다. 울산 수비수들이 처리하지 못한 공을 여유있게 왼발로 마무리했다. 공이 불규칙하게 바운드되면서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타나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발리슛 장인’다운 득점력이 빛났다. 한교원의 골을 돕는 공간 패스도 일품이었다. 하프라인에서 신형민이 준 패스를 트래핑하지 않고 논스톱으로 연결했다. 울산 수비수 리차드가 반응할 수 없는 빠른 타이밍이었다. 패스 위치도 훌륭했다. 발빠른 한교원의 스피드를 고려해 수비수 뒷공간으로 정확하게 내줬다.

이동국 투입 전까지 전북은 울산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김신욱과 아드리아노 투톱 카드를 야심차게 꺼내들었지만 수비에 집중하는 울산을 공략하지 못했다. 페널티박스 안에 밀집돼 있는 선수들을 뚫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아드리아노가 빠지고 이동국이 들어가자 공기가 달라졌다. 힘과 높이를 겸비한 스트라이커 두 명이 함께 뛰면서 울산 수비에 균열이 생겼다. 전북 승리의 비결이었다.

올시즌 활약은 지난해의 연장선 상에 있다. 지난 시즌부터 이동국은 주로 교체로 출전하고 있다. 김신욱과 에두가 주로 선발로 나왔고 이동국은 30경기 중 10경기에만 베스트11에 포함됐다. 올시즌엔 에두가 나갔지만 아드리아노가 합류했다. 우리나이로 마흔살인 이동국보다는 김신욱과 아드리아노의 출전시간이 더 길 수밖에 없다.

출전 시간이 부족한 가운데서도 이동국은 지난 시즌 9년 연속 두 자리 수 득점에 성공했다. 교체로 나서도 골을 넣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올해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전반에는 경기를 유심히 관찰한다. 그냥 보는 게 아니라 상대 수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전북 공격진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한다. 하프타임 동료들과 얘기하며 후반전을 준비한다. 이동국은 “우리 스트라이커가 왜 골을 왜 못 넣는지, 기회가 왜 안 나오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고 선수들과 의견을 나눈다. 부족한 부분을 후반에 만회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교체로 들어가면 파트너에 맞춰주는 플레이를 한다. 김신욱과 함께 뛰면 2선까지 내려와 경기를 풀어주는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뛴다. 공을 지키고 동료들의 움직임을 활용하는 연계 플레이로 공격을 이끈다. 상대적으로 김신욱이 키가 더 크고 힘이 좋기 때문에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이다. 이동국은 “신욱이는 파워가 있다. 앞에서 신욱이가 빛날 수 있게 내가 내려와서 풀어주고 도와주는 플레이를 하면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파트너가 아드리아노라면 역할은 또 달라진다. 반대로 이동국이 최전방으로 올라간다. 지난 ACL 킷치(홍콩)전에서는 페널티박스 밖에서 아드리아노가 패스하고 안에서 이동국이 골을 넣었다. 이동국 카드는 공격 패턴을 더 다채롭게 만든다.

후반 환경도 이동국 교체 카드를 빛나게 한다.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에는 아직 쌩쌩한 공격수가 수비수보다 유리하다. 공간도 더 많이 생긴다. 경험이 풍부한 이동국 같은 스트라이커는 상대 약점을 공략하는 법을 안다. 이동국은 “후반 투톱이 더 위협적이다. 상대가 아주 부담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동국이 90분을 뛸 체력이 없는 건 아니다. 최강희 감독은 “선발로 나갈 수 있다. 몸 상태가 좋다. 일단 초반이라 출전 시간을 안배하고 있지만 베스트11에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동국 역시 “컨디션은 최상”이라고 자신하면서 “선발로 나가든 교체로 나가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K리그 최고령 선수 이동국의 발 끝은 여전히 예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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