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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143번째 경기 끝나고 얘기하시죠.”
KIA 이대진 투수코치가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인내가 필수조건으로 따라붙는 고된 작업이지만 늦출수록 손해라는데 이견이 없다. ‘홈런군단’ SK에게 두 차례 연속타자 홈런을 포함해 6개의 아치를 내준 젊은 투수들 얘기다.
올시즌은 선발과 불펜을 오갈 수 있는 홍건희를 비롯해 한승혁 박지훈 손영민 등 불펜 핵심자원과 돌아오지 않는 윤석민 등이 재활군에서 시즌을 맞았다. 지난해 신데렐라로 부상한 임기영도 어깨 통증으로 이제 실전 복귀를 준비 중이다. 문경찬과 박정수, 유승철 등 예비역과 젊은피로 시즌 초반을 버텨야 해 KIA 김기태 감독과 이 코치의 고민이 컸다. 잘 막아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마운드 운영 계획을 세웠지만 경험이 일천한 선수들이라 꾸준한 호투를 장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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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신인 4년차 선발 이민우가 지난달 28일 광주 삼성전에서 6이닝 4실점으로 가능성을 보였지만 3일 문학 SK전에서 1회에만 홈런 두 방을 맞고 6실점 강판된 게 대표적인 예다. 박정수도 도저히 칠 수 없을 것 같은 커브로 SK 타선을 요리하다가도 최정에게 홈런 한 방을 맞고 휘청거렸다. 경기운영 능력이 베테랑 투수에 비할 수 없어 일종의 성장통을 겪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이 코치는 “투수라는 직업이 맞는 게 일이다. 맞으면서 타자의 노림수를 파악하는 눈을 갖고 이를 피해가는 요령을 터득한다. 처음부터 완벽한 투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투수들이 성장할 시간을 벌어주는 게 코칭스태프가 해야 할 일이다. 맞는게 두려워 스스로 도망다니거나, 한 두 번 실패했다고 1군에서 제외하기 시작하면 투수들을 성장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투수들에게 맞았다는 결과보다 그 과정을 추적해 강점과 약점을 깨치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KIA는 활화산 같은 타선을 가진데다 확실한 1~3선발과 세 명의 불펜 필승조(김윤동 임창용 김세현)를 보유하고 있다. 승률 5할은 기본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선수단 내 가득하다. 지난해 통합챔피언에 오르며 선수들 스스로 시즌을 길게보고 여유있게 경기를 치른다는 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강점이다. 이 코치는 “지난해보다 팀 방어율을 떨어뜨리는 게 최대 목표다. 공격력이 워낙 좋으니 투수들이 한 점이라도 적게 내주면 이길 확률이 높아지지 않겠나. 이런 강한 타선을 가졌을 때 젊은 투수들이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운드의 힘이 과연 지난해보다 세졌는지는 시즌 143번째 경기가 끝난 뒤 확인하자는 게 이 코치의 생각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는 전술로 초반 버티기에 돌입한 KIA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