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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 현대 모터스와 울산 현대 축구단의 K리그1 개막전이 열렸다. 전북 이동국이 후반전 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2018. 3. 1전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이동국이 들어가면 공기가 달라진다.

이동국은 이번 시즌 K리그1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오가며 치른 9경기에서 6골을 기록 중이다. 경기당 0.6골을 터뜨리며 전북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말이 9경기지 8경기에서 교체로 들어갔기 때문에 막상 뛴 시간은 308분에 불과하다. 수치로 따지면 51분당 1골을 넣은 셈이다. K리그1 득점 선두를 달리며 화제를 몰고 다니는 말컹(경남)이 349분 동안 6골을 기록 중인 것을 감안하면 이동국의 득점 레이스도 상당한 수준이다. 이동국이 위협적인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그런데 지난 시즌부터 교체 선수로 변신한 이동국은 더 막기 힘든 선수가 됐다. 몸만 풀어도 위압감이 느껴지고, 피치에 들어가면 ‘한 건’ 할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조커’ 이동국은 왜 막기 힘든 걸까?

◇체력의 상대성과 경기를 보는 눈

이동국에게는 경기를 보는 남다른 눈이 있다. 이동국은 1979년생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기 때문에 앞선 경기 양상을 모두 파악하고 들어간다. 무엇이 부족한지, 어떻게 하면 팀에 보탬이 되는지를 알고 시작한다. 포항전만 봐도 알 수 있다. 포항의 촘촘한 수비에 막혀 연계에 어려움을 겪던 전북은 이동국 투입 후 물 흐르듯 패스가 이어졌다. 교체 효과가 바로 나왔다. 최순호 포항 감독은 “그 정도 나이가 되면 축구가 눈에 다 보인다. 그런데 동국이는 몸까지 따라준다. 생각하는 걸 구현할 수 있어 남다르다”라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시야)와 하드웨어(몸)가 함께 따라주기 때문에 이동국이 더 위협적이라는 의미다.

◇체력과 결정력의 상관관계

이동국은 주로 후반 15분 이후로 경기장에 들어간다. 상대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는 시점이다. 체력 저하는 집중력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동국은 잠시만 틈을 줘도 골을 넣는 선수다. 특유의 빠른 슈팅 타이밍으로 수비를 흔든다. 수비는 이동국을 막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교체로 들어와 체력이 남아 도는 이동국을 방어하기에 역부족인 상황이 연출된다. 이기형 인천 감독은 “이동국은 결정력이 국내에서 최고인 선수다. 그런 선수에게 약간의 타이밍만 허용하면 위험해진다. 수비수는 체력, 집중력이 떨어지고 심리적으로도 이동국이라는 대형 스트라이커를 막아야 하기 때문에 삼중고를 겪게 된다”라고 말했다.

◇김신욱, 아드리아노 막던 것과 다르다

이동국은 전북에서만 10시즌째를 보내고 있다. 최강희 감독은 물론이고 주요 선수들도 이동국과의 호흡이 잘 맞는다. 이동국의 장점을 극대화 하는 일에 익숙하다. 전매특허인 발리슈팅은 스트라이커 개인의 역량만으로 나올 수 없다. 동료들의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 반대로 이동국도 동료들을 활용할 줄 안다. 몇 년 전부터 최전방뿐 아니라 2선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공격형 미드필더의 역할도 수행하는 이동국은 연계 플레이의 중심에 있다. 1,2선에서 줄타기를 하며 공격을 이끈다. 김신욱, 아드리아노와는 다른 유형이라 상대 수비가 막기 까다롭다. 갑자기 스타일이 달라진 공격 패턴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기형 감독은 “전반에 다른 공격수들을 막다 갑자기 이동국이 들어오면 변화를 줘야 한다. 혼란을 느낄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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