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이동국, 2-0으로 만들었어요
전북 이동국이 2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의 경기, 1-0으로 앞선 후반 팀의 두번째 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2018. 4. 29전주|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전주=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전북 공격수 이동국이 러시아월드컵 출전이 사실상 불발된 상황에서도 국가대표 은퇴에 대한 뜻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이동국은 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와의 2018 K리그1 11라운드 홈경기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러시아월드컵 최종엔트리 제외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같은날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은 월드컵 준비과정을 전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동국을 최종엔트리에 발탁하지 않겠다는 소식을 전했다. 신 감독은 이동국이 지난해 9월 본선행을 확정한 월드컵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전 직후 “내가 물러나야 후배들이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동국은 “우즈벡전이 끝나고 축하파티를 하면서 신 감독님과 고참 선수들이 이야기할 시간을 가졌다. 내 개인적으로는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는 것이 임무라 생각하고 (그런)이야기를 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이동국은 자신의 월드컵 최종엔트리 불발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에 대해 “공교롭게 월드컵 전에 내가 좋은 모습을 보여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웃어넘겼다. 이동국은 올시즌 리그 5골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4골을 기록하면서 일찌감치 두자릿수 득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 나이로 40세가 됐지만 아직도 경기력과 골 결정력은 K리그에서도 최상위 수준임에 틀림없다.

이동국은 이번 월드컵이 후배들에게 한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그는 “난 월드컵 출전을 통해 해외진출을 할 게 아니다. 나보다 더 큰 목표를 가진 선수들이 있다”면서 “신 감독님 머릿속에 구상이 있을 것이다. 젊은 선수들이 월드컵을 발판으로 더 큰 무대로 가는 것이 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월드컵은 우리 선수들의 목표의식을 갖고 성장하는 단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19세때 프랑스월드컵을 통해 많이 성장했다. 우리 선수들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동국은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에 가입했을 정도로 2000년대 한국 축구사에 없어서 안 될 존재다. 하지만 월드컵과는 큰 인연이 없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10대 공격수로 혜성같이 등장했지만 2002한일월드컵과 2006독일월드컵에서는 부상 등의 이유로 본선 무대를 밟아보지도 못했다. 2010남아공월드컵을 통해 12년만에 세계 최고의 무대에 다시 섰지만 칭찬보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더 컸다. 2014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도 K리그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쳤지만 최종엔트리에 그의 자리는 없었다.

이동국은 2014년 10월 이후 3년간 국가대표팀에 부름을 받지 못했다. 장기간 태극마크를 달지 못하자 일각에서는 사실상 대표팀 은퇴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지난해 7월 한국 축구의 소방수로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뒤 이동국을 대표팀에 불러들였다. 대표팀의 맏형인 이동국은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2경기에 출전해 한국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에 힘을 실었다.

이동국은 그동안 대표팀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일관적인 생각을 전해왔다. 그는 한결같이 자신이 축구화를 벗기 전까지는 국가대표팀 은퇴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 마음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러시아월드컵 출전이 사실상 불발됐지만 태극마크에 대한 열망은 아직도 식지 않았다. 이동국은 “월드컵만 안 나가는 것뿐이다. 축구를 올해까지 할지 아니면 언제 그만둘지 모르지만 항상 경쟁은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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