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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프랑스)=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버닝’은 이 시대 젊은이들의 분노를 이야기했다.”
제71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공식 초청작 ‘버닝’의 이창동 감독을 비롯해 배우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 등이 17일 낮(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국내 취재진들은 물론 프랑스와 이탈리아, 터키 등 유럽의 언론들과 중화권 취재진들도 대거 기자회견에 참석, ‘버닝’과 배우들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알게 했다. 또한, 영화 속 많은 은유를 통해 감독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어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쏠렸다.
이창동 감독은 “지금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분노를 품고 있는것 같다. 종교와 국적, 계급에 상관없이 각각의 이유로 분노하고 있는 시대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표현할 수 없는 분노를 가지고 있으면서 현실에서는 무기력하다.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며 분노하지만, 정확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수 없다는게 문제다”면서 “예전에는 분노의 대상과 이유가 분명했지만, 요즘은 점점 세련돼지고 좋아지지만 나는 미래가 없다는게 젊은이의 감정인거 같다. 젊은이들에게는 이 세계 자체가 미스터리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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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영화에서 분노를 품고 있는 종수 역을 맡았던 유아인이 분노의 감정을 폭발하고 싶은 순간이 있지는 않았을까. 유아인은 “외적으로 감정을 폭발시킨다기보다는 내적으로 연쇄적으로 폭발하며 갈팡질팡하고, 내면의 흔들림을 보여주는게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그렇게 현실에서 분노를 표현하고 살지는 않지 않나”면서 “그래서 그게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영화는 은유적으로만 표현할 뿐 많은 설명을 하진 않았다. 이창동 감독은 그 이유에 대해 “이 영화에 많은 사회적인 코드, 경제적인 코드, 요즘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 예술 영화가 어떤걸 의미하는지 많은게 숨겨져 있지만, 저는 그걸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고 굉장히 단순하게 영화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관객도 그냥 단순하게 한 편의 스릴러로 봐주길 바랬다”고 이야기했다.
굉장히 ‘한국적’인 영화를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이창동 감독의 영화에 참여한 스티븐 연의 소감도 귀를 솔깃하게 했다. 그는 “이번은 엄청난 경험이었다”면서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조국이 없는 사람 같은 느낌이 있었다. 내 얼굴은 그냥 나를 보여주는 것이지 못했다. 미국 혹은 헐리우드 영화에서는 내 얼굴로 ‘아시안’이라는 이미지가 먼저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내 얼굴이 그냥 나다. 그게 나에게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창동 감독님과의 작업에서 굉장히 자유로울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 그럴 수 있도록 감독님과 배우들이 나에게 그런 공간을 만들어줬다. 이렇게 좋은 경험을 하고 났으니 다음엔 그렇게 못하면 어쩌나 큰일이 난것 같은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 ch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