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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클리블랜드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기록한 최지만 | MLB.com 캡처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지난달 1일(한국시간) 5년 동안 활약했던 크리스 아처를 피츠버그로 보냈을 때까지만 해도 탬파베이의 2018시즌은 이대로 마침표를 찍을 것 같았다. 2014시즌 중반 데이비드 프라이스 트레이드로 시작된 리빌딩 작업이 5년째 이어지며 이번에도 기약없는 대권도전 준비를 하는 듯 싶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탬파베이는 아처를 트레이드한 후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8월 성적 17승 10패 승률 0.670을 기록하더니 9월에는 9승 2패로 더 높이 치고 올라갔다.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둔 20대 선수들이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시즌 막바지 가장 무서운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고액연봉자는 전무하다. 연봉 1000만 달러 이상을 받은 선수들을 모두 트레이드로 떠나 보냈다. FA(프리에이전트)까지 4~5년이 남은 선수들로 엔트리를 채웠다. 현재 탬파베이 선수단 연봉 총액은 6000만 달러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강하다. 젊은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끈질기게 상대를 물고 늘어진다.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을 격침했던 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당시도 탬파베이는 미완의 대기였던 젊은 선수들이 무섭게 성장해 기적을 이뤘다. 8월부터 발동이 걸려 올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은 힘들어졌지만 이대로라면 2019시즌에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강자로 발돋음할 수 있다. 탬파베이 팜에는 특급 유망주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최지만도 팀을 잘 만났다. 지난 6월 11일 트레이드를 통해 밀워키에서 탬파베이로 유니폼을 갈아 입은 그는 탬파베이 이적 후 타율 0.290 7홈런 2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29을 기록하고 있다. 2016년 빅리그 진입 후 가장 뛰어난 활약이자 어느 팀에 가도 중심타선에 설 수 있는 성적이다. 지난 11일 클리블랜드와 홈경기에선 통산 첫 끝내기 홈런을 터뜨리며 팀의 홈 12연승을 이끌었다. 두 달 전 탬파베이는 최지만이란 부담이 없는 복권을 긁었고 최지만은 꾸준한 기회를 받으며 날개를 활짝폈다.

최지만이 시즌 끝까지 활약을 이어간다면 최지만과 탬파베이의 유쾌한 반전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앞으로 매시즌 풀타임을 소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최지만은 2021년부터 연봉조정자격을 얻고 2024년 FA가 된다. 탬파베이에 맞춤형인 ‘저비용 고효율’ 선수다. 올시즌 핵심전력이 된 블레이크 스넬, 조이 웬들, 말릭 스미스, 맷 더피 등과 함께 탬파베이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탬파베이는 1998년 창단후 10년 동안 최하위에 머물렀다. 늘 ML에서 가장 경쟁력이 없는 구단 중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앤드류 프리먼 단장과 조 매든 감독이 부임한 2006년부터 조용히 반전을 준비했고 2008년 월드시리즈에 올라 모두를 놀라게 했다. 월드시리즈 진출 후 이들은 2013시즌까지 연평균 90승 이상을 거두며 빅마켓팀을 잡는 스몰마켓팀이 됐다. 비록 2014년 이후 프리드먼 단장은 LA 다저스의 사장으로, 매든 감독은 컵스의 사령탑으로 부임하며 팀을 떠났지만 후임자인 맷 실버맨과 케빈 캐시가 탬파베이의 두 번째 전성기를 열기 위해 움직였다. 수차례 대형선수들을 떠나보내며 시즌을 포기했다는 인상을 줬지만 이는 포기가 아닌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과정이었다. 탬파베이와 최지만의 진정한 질주는 이제 막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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