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SK 나주환, 나 때문에...?
SK 와이번스 내야수 나주환이 3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2018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넥센과의 경기에서 0-2로 뒤진 6회 실책성 플레이로 실점의 빌미를 내준 뒤 고개를 떨구고있다. 고척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고척=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SK 나주환(34)에게 플레이오프(PO)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무대다. 지난 27일 문학 1차전을 앞두고 훈련 도중 타구에 입을 맞아 30바늘이나 꿰멨다. 나주환은 “불규칙 바운드가 일어난 게 그대로 얼굴로 향했다. 치아가 다 빠질 뻔했다”며 봉합부위를 보여줬다. 그는 “29일부터 죽을 먹기 시작했다. 그동안 아무것도 못먹어 체력이 뚝 떨어졌다”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난 30일 PO 3차전에 교체출전한 나주환은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4차전에는 9번타자 3루수로 선발출장했다. 최정이 PO 2차전을 앞두고 팔꿈치 통증이 심해져 수비를 못하게 되자 제이미 로맥이 3루수로 나섰는데 주 포지션이 아니다보니 기록되지 않은 실수가 많았다. 유격수 출신인 나주환은 SK 왕조시절부터 견고한 수비로 이름을 알렸다. 나주환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수비 훈련에 임하면서 손지환 코치에게 톱 스핀이 걸린 타구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톱 스핀이 걸린 타구는 바운드가 거듭될수록 가속이 붙어 달려들지 물러날를 빨리 판단해야 한다. 더블플레이 상황을 상정한 나주환은 강습에 가까운 빠른 타구에 일부러 더 대시하며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불규칙바운드에 얼굴을 다친 내야수가 훈련 때부터 강습타구를 처리하기 위해 땀흘리는 모습은 프로의 냉엄한 세계를 절감케 했다.

[포토] 임병욱 \'스퀴즈 번트 성공\'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플레이오프 4차전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31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넥센 임병욱이 6회말 1사1,3루 번트를 대고 있다.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5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나주환은 볼넷을 골라 걸어 나갔다. 넥센 벤치는 볼넷 5개를 내주고도 1안타로 역투하던 이승호를 내리고 필승카드인 안우진(19)을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평소 나주환이라면 고졸(휘문고) 신인 투수가 PO 1, 2차전에서 ‘미친 선수’로 등극한 김강민을 상대하는데 모든 신경을 집중하는 사이 2루를 훔칠만 했다. 그러나 강한 타구를 향해 달려들어가는 수비와 태그 플레이가 이뤄지는 도루는 부상 위험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귀루할 때도 투수의 견제가 손에서 빠지거나 1루수의 태그가 얼굴에 닿을 수 있다. 나주환의 리드폭은 평소보다 좁았고 결과적으로 안우진이 편하게 자기 공을 던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6회 말에는 더 아쉬운 장면이 나왔다. 1사 1, 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임병욱이 희생번트 같은 스퀴즈번트를 댔다. 타구 스피드를 너무 줄인 탓에 포수 바로 앞에 떨어졌고 뒤늦게 스타트를 건 서건창과 미리 달려 나와있던 나주환이 서로 닿을 듯 가까워졌을 때 포수 허도환이 포구했다. 포수가 3루 주자를 향해 달려갔더라면 여유있게 런다운 플레이가 이뤄졌을텐데 교체 출전한 허도환도 급했다. 미처 준비가 되지 않은 나주환에게 급하게 송구를 했고 불안한 자세로 포구해 다시 홈으로 던지려던 나주환은 오른 발이 미끄러져 엎어질 뻔 했다. 안면 부상 중인 상황이라면 아무리 강심장이어도 철렁할 수밖에 없다. 송구는 홈으로 달려가던 서건창에게 닿아 굴절됐다.

[포토] SK 나주환, 미끄러질 줄은 몰랐어~!
SK 와이번스 김택형이 3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2018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넥센과의 경기에서 0-2로 뒤진 6회 3루에서 홈으로 뛰던 서건창을 수비하려다 나주환의 송구가 빠지면서 실점을 내주고있다. 고척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임병욱의 번트타구는 완벽한 실수였다. SK가 홈런 군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6회말 흐름이 끊어지면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실수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SK 야수진의 조급함이 실책으로 이어졌고 무실점으로 막을 수 있는 이닝에 두 점을 헌납했다.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갖은 애를 쓰던 나주환도 망연자실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순간의 판단은 경기 흐름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사람이 하는 스포츠라 공 하나, 플레이 하나에 의미가 담겨 있고 시시각각 살아있는 생물처럼 변하는 것이 야구다. 때문에 수세와 우세는 그야말로 ‘한 끗’ 차이다. 결과가 아닌 과정에 이미 답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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