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1차전, 득점 성공 김강민...이제 4점차~ [포토]
SK 김강민이 4일 잠실에서 열린 KS 1차전 9회 박정권의 희생뜬공으로 득점에 성공한 뒤 덕아웃에서 환영받고 있다. 2018.11. 4 잠실| 배우근 기자 kenn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환범선임기자] 정규시즌 압도적인 우승팀 두산이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기세가 오른 SK에 한국시리즈에서 덜미를 잡혔다. 경험과 객관적인 전력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여겨졌던 두산이 의외의 졸전으로 SK에 밀린 이유는 무엇일까. 결과를 놓고 부진의 원인에 대한 여러가지 분석이 있지만 ‘베테랑의 활약’ 여부가 시리즈에 미친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단순히 경기력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팀의 분위기를 잡아주느냐 여부가 시리즈를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K는 시즌 중엔 부상과 부진으로 잘 보이지도 않았던 박정권(37)과 김강민(36) 등 베테랑들이 중요할 때 결정적인 한방씩을 치며 ‘가을 사나이’로서 팀에 승리를 안겼다. 겉으로 보이는 성적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팀에 필요로 할 때 어김없이 화답했다. 김강민이 타율 0.240에 4타점, 박정권은 타율 0.222에 불과하지만 홈런 1개에 4타점을 올렸다. 박정권은 넥센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끝내기홈런, 김강민은 PO 5차전에서 연장 10회 동점홈런을 터뜨려 팀을 KS로 끌어올렸다.

SK 옛 왕조의 산 증인인 박정권과 김강민의 존재는 후배들에게 든든한 정신적 버팀목이 됐다. KS 전체를 복기해보면 SK 선수들은 공수에서 실책 등 매끄럽지 못한 플레이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흔들림 없이 위기를 극복하고 끝내 역전승을 일궈내는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주전으로 나서든 벤치에 앉든 더그아웃에서 이들이 외치는 함성은 선수들이 가장 편안하게 활기차게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터전을 제공했다.

[포토] 두산 오재원의 삼진, 아쉽네...
두산 베어스 오재원이 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진행된 2018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SK와의 경기에서 0-4로 뒤진 3회 삼진으로 물러나고있다. 2018.11.07. 문학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반면 두산의 베테랑들은 이전과 달리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키스톤 콤비 오재원과 김재호는 두산 야수진의 최선참이자 공수의 핵인 선수들이다. 흐르는 세월속에 한 발 뒤로 물러난 옛 영화의 주역이 아니라 현재 두산을 지탱하는 중심축이다. 그런데 선수들을 이끌고 보듬어야할 이들이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이상하리만치 난조에 빠졌다. 주장 오재원은 타율 0.227, 김재호도 0.167에 머물렀다. 공격 뿐만 아니라 최고를 평가받던 수비에서도 어이 없는 실책을 범했다. 투수조의 조장 유희관은 컨디션 난조로 등판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KS 1차전에서 패했을 때만 해도 최근 4년연속 KS를 치른 경험으로 금방 정상 컨디션을 찾으리라고 여겼지만 그게 아니었다. 선수단 전체가 뭔가에 쫓기고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럴 땐 감독이 아니라 팀의 베테랑 선수들이 나서 분위기를 추스르는 게 가장 좋은 해결책인데 자신이 너무 부진하다보니 애써 노력해도 활기차게 웃을 수 없었다. 의도와 상관 없이 베테랑들의 부진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는 커녕 오히려 전체 분위기를 다운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과거 두산이 우승을 차지할 때는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정신적 지주들이 있었다. 2015년엔 홍성흔이 더그아웃의 리더로서 경기에 주전으로 출전하지 못하는 것과 상관 없이 파이팅을 외치며 전체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시간을 한참 더 거슬러 올라가 1995년엔 ‘불사조’ 박철순이 선수들을 모아놓고 “결과는 선배들이 책임진다. 즐겨라”라고 선수들을 독려했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속담이 있다. 베테랑의 활약에 울고 웃은 2018 한국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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