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바 아일랜드_메인 포스터

[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하수구에서 시작한 애벌레 듀오가 낡은 집과 뉴욕의 거리를 거쳐 전 세계를 활보하고 있다.

2009년 개발된 국내 순수 캐릭터인 ‘라바’(Larva)는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방송되며 한국을 대표하는 토종 애니메이션으로 자리매김했다. 길쭉한 노랑 애벌레 ‘옐로우’와 짜리몽땅한 빨강 애벌레 ‘레드’가 대사 한마디 없이 몸으로 웃기는 ‘라바’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남미, 유럽 등 전세계에서 방영되고 있다. 특히 2011년 개설한 유튜브 라바 채널 총 구독자는 400만명을 넘어섰고 조회수는 19억 6000만뷰에 달하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라바는 이제 글로벌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Over The Top) 기업 넷플릭스와 손 잡고 새로운 도약에 나서고 있다. 이미 기존 시즌 1~3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던 ‘라바’는 국내 애니메이션 최초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 지난 10월부터 ‘라바 아일랜드’를 전세계 190개국 1억 3000만 회원에게 공개했다. 넷플릭스는 ‘라바’가 가진 콘텐츠와 공감대의 힘을 알아 보았고 ‘라바’는 세계 시장을 향해 비상할 수 있는 날개를 달게 됐다.

투바앤 사옥에서 만난 배창일 글로벌사업본부장은 “넷플릭스는 좋은 콘텐츠에 대한 수급이 필요한 플랫폼이다. 특히 아이들이 주시청자인 애니메이션은 구독자의 이탈률을 막는 콘텐츠이기에 신경을 쓰고 있다. 게다가 아시아 시장 진출과 성장이 관건인데 인기도 좋고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콘텐츠가 ‘라바’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넷플릭스에서는 특정한 국가색을 보여주는 것을 선호하지 않고 골고루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를 선택했다. 넷플릭스 플랫폼이 가진 주제와 장르의 자유로움과도 맞았다. 이미 2014년부터 작업을 시작해 좋은 관계를 맺어왔고 앞선 ‘라바’ 시즌1~3 모두 국내 애니메이션 최초로 계약을 했다. 그 콘텐츠의 퍼포먼스 자체에 대해 만족스럽다고 들었다. 이후 새로운 시즌에 대해 어필을 했고 우리가 제작을 시작한 상황에서 계약을 해서 여기까지 오게됐다”고 덧붙였다.

라바
안병욱 감독(왼쪽부터)·강민성 조감독·배창일 글로벌사업본부장·남상원PD

무인도에 떨어진 레드와 옐로우의 생존기를 그린 ‘라바 아일랜드’는 기존 시즌과 달리 스토리텔링을 강화했고 캐릭터도 다양해졌다. 총 26편으로 구성돼 시즌1,2로 나눠 공개되는 ‘라바 아일랜드’는 특히 러닝타임이 7분으로 늘어난 ‘라바’의 프리미엄 시리즈다.

‘라바’ 시즌1부터 함께 해온 안병욱 감독은 “기본적으로 시즌을 거치면서 자기 복제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새롭게 아이디어를 냈는데 러닝타임도 달라지고 스토리도 스팟성이 아니라 기승전결을 갖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사람도 새롭게 등장하고 26편으로 제작을 하게 됐는데 ‘라바 아일랜드 시즌1’으로 13편을 공개하고 나머지는 내년 상반기 시즌2로 공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미 ‘라바’는 유튜브를 통해 엄청난 구독자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인기 콘텐츠다. 그렇기에 넷플릭스와의 오리지널 시리즈는 스핀오프 개념으로 러닝타임은 물론 구성면에서도 차별화를 두었다. 남상원 PD는 “유튜브를 통해 올라간 콘텐츠는 소비가 많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같은 방식과 패턴으로 새로운 시즌을 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7분으로 시간을 늘리면서 라바의 프리미엄 시리즈를 만들어보고자 했고 이에 대해 넷플릭스도 동의했다. 기존 ‘라바’의 레귤러 시즌도 계속 개발이 되고 프리미엄 콘텐츠로도 제작이 된다”고 전했다.

안병욱 감독은 “가장 먼저 사람이 나오면서 캐릭터 구성이 달라졌다. 논버벌이 아니라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개나 고양이가 짖는 정도의 표현, 최소한의 대화를 표현하고자 했다. 또 시즌에 따라 배경이 달라지면서 구분을 확실히 했는데 이번에는 섬으로 갔다. 기존 ‘라바’의 배경은 다 더럽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웃음에는 좋지만 상품화등의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스테이지가 많이 나오면 돈이 많이 투입되는데 섬에서는 한정된 공간이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강민성 조감독 역시 “지난 시즌에 비해 한 편마다 에피소드가 떨어지는데 전체적인 구성을 짜 놓고 하다보니 다르다. 전체 스토리 라인 안에서 꾸려 나가려고 했다”고 입을 모았다.

라바 캡쳐 (2)

웃음과 재미라는 포인트가 ‘라바’의 가장 큰 강점이자 다른 애니메이션과의 차별점이지만 그 웃음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치열하다. 강민성 조감독은 “처음부터 쉬운 부분이 한번도 없었다. 쉽다면 재미가 없었고 의심부터 했다. 앞서 세 시즌을 하다보니 전문성이 생겨 웬만하면 웃지 않는다. 고뇌해서 만들수록 재밌다”고 평가했다.

안병욱 감독 역시 “한 편을 만드는데 한 번에 잘 되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우리 자체로 웃음에 대해서는 감독부터 신입까지 상하 관계 없이 의견을 나누며 모니터링을 한다. 마치 ‘개그콘서트’ 처럼 시사를 하고 2차 검사를 한다. 특히 이번에는 구성 자체가 달라져서 재밌었고 기분좋게 만들어 갔다”면서 “성공한 작품이고 작업하는 시스템이 잘 잡혀있다. 세분화가 되면서 전문적으로 진행이 된다. 기획팀이 먼저 프리 프로덕션을 하고 2D과정을 거쳐 거의 완벽하게 만들어 내주기에 부담과 일을 덜어준다”고 전했다.

지난 10년을 ‘라바’와 함께 보낸 안병욱 감독 “20~30대를 라바로 보냈는데 나에게는 스승 같다. 라바를 통해 연출에 대해 확립했고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반과 방향성을 잡았다. 국내에서 부각받는 콘텐츠를 가진 회사가 없는데 그런 작품을 하게 되서 의미가 남다르다. 무엇보다 라바를 통해 배운 것은 애니메이션은 힘들고 힘들지 않으면 좋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항상 라바만큼만은 힘들게 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강민성 조감독 역시 “3D 애니메이션을 많이 배웠다. 사실 코미디물을 할 줄 몰랐는데 많은 이가 웃는 것을 보면 뿌듯하고 작업을 하면서도 정말 즐거웠던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라바’가 탄생한지 벌써 10년, 웃음으로 승부를 본 ‘라바’는 이제 전세계를 무대로 성장하고 있지만 웃음의 방식에 대해 지적도 존재한다. 안병욱 감독은 “사실 ‘뽀로로’가 쌀밥이면 라바는 볶음밥이다. 한달에 한번만 먹어도 된다.(웃음)기존 애니메이션이 교육적이거나 교훈을 주는 작품이 많은데 우리는 웃음을 포인트로 잡아 어쩔 수 없지만 웃음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배창일 본부장은 “실제로 미국에서 편지가 오기도 했다. 아이 둘을 혼자 키우는 싱글대디인데 라바에게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것 하나가 우리에게 큰 힘이 된다”면서 “파블로프의 개처럼 ‘라바’라는 이름을 들으면 보지 않아도 미소지어지는 콘텐츠가 되고 싶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연속적으로 리프래쉬를 해야 한다. 기획단계부터 많은 팀이 함께하고 노력하면서 만든 콘텐츠다. 살아있는 친구로서 계속 사랑 받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hongsfilm@sportsseoul.com

사진|투바앤·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