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2632
FC서울 선수들이 3일 열린 포항전 때 ‘잊지말자 2018, 함께뛰자 2019] 현수막 앞에서 뛰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잊지말자 2018, 함께뛰자 2019’

‘서울의 봄’이 다시 온 걸까. 최용수 감독이 지휘하는 FC서울이 2019년 개막전 완승을 챙기며 ‘하나원큐 K리그1 2019’ 첫 라운드 단독 선두로 나섰다.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PO)까지 떨어질 만큼 저조했던 모습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4강 달성에 이어 올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티켓까지 노리는 다크호스 포항 스틸러스를 결과는 물론 내용에서도 완벽하게 제압하고 크게 웃었다.

서울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새 시즌 개막전 포항과 경기에서 수비수 황현수가 전반 10분, 전반 28분 터트린 연속골을 잘 지켜 2-0 완승을 거뒀다. K리그1 12개팀 중 첫 라운드에서 승리한 팀은 서울을 비롯해 경남, 울산, 상주 등 4팀인데 서울만 유일하게 두 골 차 승리를 거둬 순위표 맨 위를 차지했다. 서울이 개막전에서 승리하기는 지난 2010년 2월27일 대전 시티즌전 5-2 승리 이후 9년 만의 일이다. “이번 시즌은 6강이 목표”라며 “결과보다는 일단 내용부터 되찾겠다”고 했던 최 감독은 자신의 용병술을 곳곳에서 적중시키며 다른 팀들을 위협하게 됐다.

최 감독은 경기 전 거액을 주고 데려온 장신 공격수 알렉산다르 페시치와 돌아온 수비수 오스마르 등 4명의 주전급 선수들이 부상 등의 이유로 빠졌다며 자세를 낮췄다. 그들의 빈 자리는 수비수에서 공격수로 전격 변신한 박동진, 지난해 힘든 한 해를 보냈던 황현수 등이 메웠다. 사실상 1.5군이라고 부를 수 있는 라인업이었으나 전반 10분 황현수의 선취골이 터지면서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들썩였다. 코너킥 때 박주영이 차올린 크로스를 수비수 이웅희가 머리로 받아넣었고 볼이 크로스바에 맞고 나오자 황현수가 재차 헤딩슛, 원정팀 골망을 흔들었다. 황현수는 전반 28분 세트피스 때 올해 입단한 우즈베키스탄 국가대표 공격형 미드필더 이크로미온 알리바예프가 내준 패스를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통렬한 오른발 슛으로 연결해 2-0을 만들었다. 선발 출전도 불투명했던 그가 공격 지역에서 멀티골을 뽑아내자 포항은 맥이 빠진 채 허둥지둥댔다.

전반 추가시간엔 박동진이 그림 같은 로빙슛을 찼는데 골대에 맞고 나와 땅을 치는 등 좋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알리바예프까지 K리그 데뷔전에서 도움을 올리는 등 맹활약을 펼쳐 최 감독의 구상이 첫 경기부터 딱딱 들어맞은 셈이 됐다. 후반 포항의 공세를 잘 차단한 서울은 결국 두 골차 승리를 지켜냈다. 미세먼지 속에서도 겨우내 목말랐던 ‘축구 갈증’을 풀기 위해 찾은 1만5525명은 서울의 공격 축구에 환호했다. 이날 서울은 총 22개의 슛을 날렸는데그 중 유효슛이 9개였다. 포항은 슛이 단 두 개였다. 유효슛은 없었다. 서울이 결과와 내용에서 모두 압도했다.

[포토] FC서울, 홈개막 선제골의 기쁨!
FC서울 선수들이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개막전 포항과 홈 경기에서 전반 10분 황현수의 선제골이 터지자 함께 얼싸안으며 환호하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rotsseoul.com

서울은 추운 겨울을 보냈다. 지난해 12월 부산과 승강 PO까지 치러 간신히 살아남은 서울은 새 시즌 대대적인 전력 보강을 예고했으나 돌아온 것은 주축 선수들의 줄이탈이었다. 오스마르와 알리바예프 페시치 등 외국인 트리오가 입단했지만 얇은 국내 선수층으로 인해 우승후보 리스트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 포항전 승리로 서울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18일부터 시작되는 A매치 브레이크까지 남은 성남 및 제주와 두 경기에서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서울을 중상위권으로 분류하기 어려울 것이다.

예상 밖의 완승을 거뒀으나 최 감독은 침착했다. 그는 “자존심에 상처를 많이 받았던 선수들이 많은 팬들 앞에서 명예회복이란 목표를 갖고 경기에 임했다”며 “협력과 소통을 통해 무실점한 것을 칭찬하고 싶다. 우리 전력으로 볼 때 K리그를 주도할 순 없다. 따라잡는 분위기로 갈 생각”이라고 했다. 두 골을 넣은 황현수는 “기존 스리백은 내려서서 역습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 감독님은 전방 압박을 많이 요구하신다”며 공격적인 스리백으로 K리그에 바람을 일으키려는 서울의 구상을 대변했다. 첫 골의 출발점이 되는 등 유려한 플레이로 승리의 특급 조연을 담당한 박주영은 “서울엔 알려지지 않았으나 젊고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다. 이들이 시너지를 낸다면 발전하는 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날 서울 서포터석엔 ‘잊지말자 2018, 함께뛰자 2019’란 대형 플래카드가 걸렸다. 팬들의 외침을 선수들이 첫 경기에서 잘 실천했다. 서울이 2019년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지 지켜볼 일이다.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