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포츠서울 DB

[전주=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1, 2선을 오가며 팀에 기여하는 플레이.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경기력. 팀의 리더. 그리고 출전 시간과 상관없이 빛나는 모습까지.

이동국은 1979년생으로 올해 우리나이 41세가 됐다. 웬만한 선수는 은퇴하고도 남을 나이다. 실제로 이동국의 친구인 박동혁은 아산에서 감독 2년 차에 접어들었다. 골키퍼 김용대는 지난해를 끝으로 울산과 작별했다. 이동국은 K리그 최고령 선수다.

나이라는 편견을 빼고 보면 이동국은 여전히 K리그, 나아가 아시아 최고 수준의 공격 자원이다.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에서 증명했다. 이동국은 중국 슈퍼리그의 강호 베이징 궈안을 상대로 1골1도움을 기록하며 전북의 3-1 완승을 이끌었다. 공격포인트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빛나는 활약이었다. 이동국은 최전방 스트라이커의 정석을 보여줬다. 득점, 도움은 물론이고 공격 전 지역에서 활발하게 움직였다. 로페즈나 한교원 같은 윙어들이 수비 뒷공간을 공략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가 이동국의 도움과 움직임이었다. 2선으로 내려와 공을 지키고 동료들에게 연결하는 플레이가 일품이었다. 웬만하면 공을 빼앗기지 않았고, 패스 정확도도 높았다. 후반 김신욱이 들어온 후에는 더 자유롭게 이동하며 공격에 깊이 관여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이동국은 이탈리아 레전드 공격수 프란체스코 토티(43)와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공통점이 많다. 플레이 스타일부터 그렇다. 토티는 AS로마에서 최전방 공격수와 2선 플레이메이커 등을 골고루 소화했다. 늦은 나이까지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유지한 것도 비슷하다. 토티는 2017년 만 41세에 은퇴했다. 축구화를 벗었던 2016~2017시즌에도 세리에A 18경기,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6경기, 컵대회 4경기에 출전했을 정도로 팀에서의 존재감이 컸다. 지금의 이동국처럼 경기력도 뛰어났다.

유사점은 또 있다. 팀의 리더라는 점이다. 이동국은 선수들의 정신적인 지주다. 전북에는 내로라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자칫 하나로 뭉치기 어려울 수 있지만 걱정할 이유는 없다. 이동국이 있기 때문이다. 조제 모라이스 전북 감독은 최고령인 이동국에게 주장을 맡겼다. 그의 리더십을 신뢰한다는 뜻이다. 토티는 1998년 로마 역대 최연소 주장이 된 이후로 19시즌 동안 캡틴으로 활약하다 은퇴했다. 은퇴하기 전까지 주장 완장을 팔에서 빼지 않았다.

이동국은 최근 몇 년 사이 선발보다 교체로 나오는 경기가 많아졌다. 팀의 최고 스타라 자존심에 상처가 갈 수 있지만 상황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능력을 극대화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시즌 이동국은 K리그 35경기에 출전했는데 그 중 교체로 들어간 경기가 24회였다. 선발은 11회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11골을 터뜨리며 국내 선수 득점 2위에 올랐다. 토티도 마찬가지였다. 토티는 마지막 시즌에 출전한 18경기 중 17경기에서 교체투입됐다. 출전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지만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다.

모라이스 감독은 이동국을 하비에르 자네티에 비교했다. 꾸준함과 성실함, 쉽게 떨어지지 않는 경기력 때문이었다. 자네티도 이동국과 비슷한 캐릭터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여러 면에서 토티와 더 유사해 보인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