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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타디움=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6년 전인 2013년 4월3일(한국 시간). 류현진은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상대는 다저스의 영원한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상대 선발투수는 특급 좌완 매디슨 범가너였다. 류현진은 데뷔전에서 6.1이닝 10안타 3실점 5삼진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범가너는 8이닝 2안타 6삼진 무실점으로 쾌투해 팀의 3-0 셧아웃 승리를 이끌었다.
정확히 6년 후 다저스타디움에서 류현진은 샌프란시스코와 통산 8번째로 격돌했다. 범가너와의 이번 맞대결은 2019년 개막전 승리를 이끈 류현진의 판정승으로 막을 내렸다. 범가너는 3회 천적 키케 에르난데스에게 적시타를 내주고 2사 후 좌타자 코디 벨린저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해 5실점했다. 그러나 선두타자 러셀 마틴을 1루 악송구로 출루시킨 탓에 5실점이 모두 비자책점이 됐다.
류현진은 7이닝 6안타 2실점 5삼진으로 2승째를 거뒀다. 87개(스트라이크 58개)를 던져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피칭을 했다. 방어율은 2.08이 됐다. 자이언츠전에서도 7이닝 무4구로 올해 13연속이닝 볼넷없는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다저스타디움에서는 47연속이닝 볼넷을 내주지 않았다. 류현진은 “야구를 시작하면서 홈런보다 볼넷 주는 것을 싫어했다. 적극적으로 승부하고 볼넷을 주느니 안타를 맞는게 낫다는 공격적인 자세가 무4구 기록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류현진의 승리는 불안하게 찾아왔다. 마무리 켄리 얀선의 갑작스러운 난조로 9회 초 3실점해 역전 위기에 몰리면서 팬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승리가 날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 불안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류현진은 “얀선이 잘 막아줄 것으로 기대했다.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더블플레이도 있고 삼진도 있다”며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5회까지 피칭은 단 1안타 허용으로 완벽했다. 48개를 던지는 동안 15타자를 상대로 14타자를 삼진과 범타로 처리했다. 다저스 전담 라디오방송 KLAC의 찰리 스타이너는 “언히터블이다. 14타자를 상대하면서 투구수 3개 이하로 타자를 막아낸 게 8번이다. 교과서적인 피칭을 하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해설을 맡은 릭 먼데이는 “구속의 완급조절이 매우 효과를 보고 있다”며 직구, 커브, 체인지업, 커터 등 다양한 레퍼토리로 타자의 밸런스를 흐뜨린 것에 주목했다.
옥에 티는 6회였다. 1사 후 좌타자 제라도 파라의 빗맞은 좌전안타에 이어 투수 범가너에게 2점짜리 좌월홈런을 허용했다. 193㎝, 109㎏의 거구인 범가너는 통산 타율은 2할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통산 홈런 18개를 쏘아올린 파워히터이기도 하다. 한 번도 대타로 교체된 적이 없는 범가너는 이날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전에서 홈런 2개를 날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잭 그레인키와 함께 가장 뛰어난 타격 솜씨를 자랑하는 투수로 꼽힌다. 그레인키는 류현진의 올시즌 데뷔전 상대투수였다.
범가너에게 홈런을 내준 뒤 톱타자로 타순이 바뀌면서 흔들렸다. 게다가 타순이 3번째 돌아오면서 투구패턴이 파악돼 1사 후 1, 2번 타자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며 실점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류현진은 통산 11타수 1안타로 누른 3번 타자 에반 롱고리아를 3구 삼진으로 돌려 세우면서 위기 탈출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 자이언츠 타격의 심장 버스터 포지를 3루 땅볼로 처리해 2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이 때까지 투구수가 76개 밖에 안된 류현진에게 7회도 맡겨 불펜의 힘을 덜어줬다.
다저스는 선발 류현진의 역투, 벨린저의 시즌 5호 홈런, 2루수 에르난데스의 호수비가 고비마다 빛을 발하면서 전날 2-4 역전패를 설욕했다. 범가너에게 유난히 강한 톱타자 에르난데스는 공격에서도 적시타 포함 3타수 2안타로 통산 42타수 21안타(홈런4) 타율 0.500을 기록했다. 다저스는 개막전 8개의 홈런을 포함해 초반 6경기에서 17개 홈런을 쏘아올렸다. 매 경기 홈런은 1954년 브루클린 다저스 이후 처음이다. 자이언츠의 홈런은 이날 범가너까지 단 3개에 불과하다.
로버츠 감독은 경기 후 “류현진의 피칭은 훌륭했다. 다양한 볼과 무기를 갖고 있다. 볼의 완급조절이 좋았고 우타자에게 커터를 효과적으로 구사했다. 유리한 볼카운트로 경기를 이끌며 7회까지 던져줘 불펜에 힘이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