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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지난달 파리에서 터져 나온 외신에 스포츠 관계자들은 눈과 귀를 의심했다. 2024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가 타전한 소식은 브레이크댄스를 올림픽정식종목으로 제안하겠다는 내용으로 이는 향후 글로벌 스포츠의 중대한 지형 변화를 예고하는 의미깊은 뉴스로 받아들여졌다. 아직 속단은 금물이겠지만 지금의 추세라면 채택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스포츠는 다른 콘텐츠에 비해 변화의 진폭이 그리 크지 않은 분야다. 근대 스포츠의 태동기와 견줘보면 기록적인 측면에선 눈부신 발전을 이뤘지만 스포츠의 본질적 형식과 틀은 거의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변화에 둔감했던 스포츠계가 브레이크댄스를 올림픽정식종목으로 제안했다는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올 만하다. 이는 단순한 올림픽 정식종목의 다변화를 떠나 향후 세계 스포츠계에 밀어닥칠 혁명적 변화를 예고하는 사인이라는데 이견의 여지는 없다.
그동안 스포츠의 형식과 틀이 근대 스포츠 태동기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던 이유는 스포츠가 근대성(modernity)의 산물로 자리잡은 게 크다. 또한 스포츠의 발전이 올림픽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이뤄졌다는 사실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근대성은 반드시 거쳐야할 과정이며 따라서 개발도상국이 근대성을 확보하기까지는 스포츠 형식의 변화가 그다지 필요없다는 서구 중심적 철학은 스포츠의 보수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올림픽이라는 플랫폼도 변화의 진폭을 둔감하게 한 또 다른 원인 중 하나다. 올림픽 개최는 결국 돈이다.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졌다. 이제 경제력이 있는 국가는 올림픽을 한번 이상씩 개최한 터라 올림픽 개최는 개발도상국의 손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새로운 환경에 내몰렸다. 개도국이 올림픽을 개최하는 새 환경에서 개최국이 메달을 딸 수 있는 로컬종목의 정식종목 채택은 향후 글로벌 스포츠지형에 예고된 지각변동의 하나로 꼽힌다. 과학기술의 발달 또한 스포츠의 질적 변화를 이끄는 새로운 힘이다. 스포츠와 ICT(정보통신기술)의 융·복합 그리고 기계를 스포츠의 주체로까지 밀어올린 인공지능(AI)의 발달은 스포츠의 본질적인 지형을 충분히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바야흐로 글로벌 스포츠도 급격한 변화의 물결에 맞닥뜨렸다. 정체되고 변화의 기미가 별로 없던 분야에서의 패러다임 시프트는 혁명적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혁명적 변화 과정에서는 대처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실의 미묘한 변화에서 미래를 읽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혁명적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면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역사가 전해준 교훈이다. 변화는 이끌어야 하는 것이지 당하는 게 아니다.
부국장 jhkoh@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