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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타디움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15일(한국 시간) 밀워키 브루어스전에 앞선 브리핑에서 “류현진은 16일 40개 정도의 강도높은 불펜피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불펜피칭’은 빅리그 복귀가 시간문제임을 알리는 신호다. 10일자 부상자명단(IL)이므로 오는 19일엔 복귀할 수 있다.
류현진은 선발 로테이션 사이에는 KBO리그에서 해왔던 것처럼 불펜피칭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부상 기간에는 복귀에 맞춰 불펜피칭으로 가다듬는다. 류현진은 지난 10일 ‘사타구니 부상(Groin strain)’으로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201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통산 9번째 IL이다. 2013년 데뷔 첫 해를 제외하고 해마다 IL에 등재됐다. 류현진과 같은 선수를 미국 스포츠에서는 ‘부상당하기 쉬운 선수(injury prone player)’로 묶는다. ‘움직이는 부상 병동’이다. 대박을 기대하는 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서는 최대 걸림돌이 된다. 지난 10년을 기준으로 봤을 때 현재 MLB 노조에서 근무하는 장신의 크리스 영, 강속구의 조엘 주마야, 대만 출신 왕첸밍, 전 오클랜드 에이스 리치 하든, 전 시카고 컵스 불펜 투수 앙헬 구즈만, 전 시애틀 매리너스 에릭 베다드 등이 부상을 자주 당한 투수에 속한다.
2012년 겨울 포스팅 시스템으로 미국 진출을 결정하고 기자회견을 할 때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는 류현진을 메이저리그 좌완 마크 벌리와 닮았다고 소개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맨인 벌리는 2000년에 데뷔해 16년 동안 한 차례도 IL에 오르지 않았다. 2015년 마지막 유니폼을 입었던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도 32경기에 선발등판했다. MLB 사상 18번째 퍼펙트게임의 주인공이기도 한 그는 493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214승160패 방어율 3.81의 기록을 남겼다.
류현진은 투구 스타일에서는 벌리와 닮았으나 내구성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벌리는 불펜 보직을 맡았던 첫 해를 제외한 15시즌 동안 490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15시즌에 걸쳐 시즌당 평균 32.6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최강의 내구성이다. 부상없는 등판이어지면서 14년 연속 200이닝 이상을 투구했다. 2015년 마지막 시즌에는 198.2이닝을 던졌다. 류현진은 데뷔 첫 해인 2013년 30경기가 최다 선발 등판이다.
사이영상을 3차례 수상한 워싱턴 내셔널스의 우완 맥스 셔저도 내구성이 강한 투수다. 2008년에 데뷔해 목 부상으로 2017년 딱 한차례 10일자 부상자명단에 오른 적이 있다. LA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와 대비되는 점이다. 셔저는 2009년 이후 10년 연속 30경기 이상 선발로 등판했다. 올해도 시즌 개막을 IL에서 시작한 커쇼는 2014년 이후 2015년을 제외하면 평균 선발 25.2 경기다. 셔저와 커셔는 현역으로는 최다 3차례 사이영상을 수상한 레전더리급이다.
162경기를 치르는 MLB의 페넌트레이스는 ‘부상과의 전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각 팀마다 부상만 없다면 시즌 전 꿈꾸는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부상의 덫에 발목이 잡혀 좌절된다. 현역 엔트리 25명이 페넌트 레이스에서 중요하지만 40인 로스터를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결국은 시즌을 좌우하게 된다. 단장의 판단이 중요한 이유다.
지난해 MLB는 총 574명의 투수, 야수가 IL에 등재돼 총 3만4126일 결장했다. 류현진도 103일 결장했다. 이를 연봉으로 환산하면 MLB는 총 7억4576만9139 달러(8479억3971만5703 원)의 손해를 봤다. 올해도 류현진을 포함해 이날 현재 164명이 IL에 올랐다. 기간으로는 2453일이다.
오렐 허샤이저는 류현진을 “부상이 없을 때는 언히터블급 투수”라고 칭찬했다. 잔여 시즌에 부상없이 힘차게 투구하는 류현진의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