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윌슨 \'수비 좋아\'
2019 KBO리그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2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LG 투수 윌슨이 2회초 2사 상대 김규민을 유격수 땅볼아웃 시키자 박수를 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KBO리그 전통의 인기 구단 ‘엘롯기’(LG·롯데·KIA)의 시즌 초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세 팀의 성적을 가르고 있는 가장 두드러지는 요소는 바로 투수력이다.

지난해 8위로 시즌을 마치며 엘롯기 중 가장 하위권에 위치한 LG는 올시즌 달라진 모습으로 순위표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 28일 삼성을 꺾고 5연승을 질주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최근 몇 시즌 동안 후반기에 미끄러지는 모습이 반복되며 ‘DTD’(떨어질 팀은 떨어진다)라는 달갑지 않은 단어의 대명사가 된 LG지만 올시즌 초반 보여주고 있는 기세는 예사롭지 않다. LG의 거침없는 질주엔 투수진의 호투가 자리하고 있다. 선발과 불펜 모두 대단한 페이스를 뽐내는 중이다. 각종 지표가 이를 증명한다. 28일 현재 LG의 팀 방어율은 2.52로 리그 1위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선발 투수들의 방어율 역시 2.86으로 1위고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선발승(13승)을 따냈다. 허리의 힘도 리그 최고다. LG 불펜의 방어율은 2.00으로 역시 리그 1위다. 피안타율도 0.212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투수진의 호투가 뒷받침되니 지키는 힘도 강할 수 밖에 없다. LG는 5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12승 1패(승률 92.3%)를 기록했고 7회까지 앞선 경기에선 15승 전승으로 100%의 승률을 달성했다. 투수 면면의 성적도 화려하다. 선발진에서는 0점대 방어율을 기록 중인 타일러 윌슨과 차우찬이 호투 릴레이를 펼치고 있고, 새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도 이닝이터의 면모를 과시하며 KBO리그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했다. 불펜에서는 마무리 정찬헌이 허리 부상으로 빠져있음에도 고우석, 정우영, 진해수, 신정락, 이우찬 등이 버텨주고 있다.

구승민 [포토]
롯데 구승민. 2019.4.28 잠실|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마운드의 강력한 힘을 뽐내고 있는 LG와 달리 롯데와 KIA는 허약한 마운드 때문에 고민이 많다. 롯데는 당초 선발진이 걱정이었다. 마땅한 5선발을 구하지 못해 1+1 전략을 파격적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나니 선발보다 불펜에서 문제점이 도드라졌다. 지난 시즌 든든하게 경기 중반을 지켰던 구승민, 진명호, 오현택 등 불펜 투수들이 나란히 부진을 겪고 있고 대체 불가 마무리 투수 손승락도 거듭된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갔다. 롯데의 불펜 방어율은 7.06으로 리그 최하위다. 뒷문이 약하니 역전패도 10차례나 된다. 딱히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다.

[포토]아웃카운트 못 잡고 강판되는 김세현
기아 불펜 김세현이 2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KBO리그 키움히어로즈와 기아타이거즈의 경기 5회말 만루위기에 아웃카운트를 잡지못하고 실점한후 강판되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KIA의 마운드 사정은 더 복잡하다. 올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뽑은 외국인 원투 펀치가 모두 부진하다. 저스틴 터너(3패 방어율 5.85)와 조 윌랜드(2승 2패 방어율 5.79)가 지금까지 보여준 영입 당시 기대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다. 토종 에이스 양현종의 부진도 뼈아프다. 본인은 몸상태에 전혀 이상이 없다고 밝혔지만 각종 수치는 그간 많은 공을 던진 양현종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6번 등판했지만 승리 없이 5패를 떠안았고 방어율은 8.01에 이른다.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2번에 불과하고 피안타율은 0.389로 치솟았다. 지난 시즌까지 5년 연속 두 자릿 수 승리를 책임졌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나머지 2명의 선발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불펜도 리그 평균 이하의 전력이다. 부상 관리 실패 속 효율적인 불펜 운영을 하지 못한 결과다. 부상으로 시즌 개막을 불안하게 맞은 김세현, 윤석민은 아직까지 1군에서 보여준 게 없고 새로운 마무리로 자리잡은 김윤동마저 투구 도중 부상으로 1군에서 말소됐다. 베테랑 투수 없이 하준영, 이준영, 문경찬, 전상현 등 젊은 불펜 투수들에게 희망을 걸어야 하는 게 KIA의 현주소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격언처럼 천차만별 투수력이 엘롯기의 시즌 초반 행보를 갈라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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