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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5월의 시작점에서 코리안 빅리거들이 나란히 맹활약하며 희망찬가를 불렀다. LA 다저스 류현진(32)은 6년 만에 8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환상적인 투구를 펼쳤고 텍사스 추신수(37)와 탬파베이 최지만(28)은 속시원한 홈런포를 펑펑 쏘아 올렸다. 그리고 콜로라도 오승환(37)은 철벽투로 승리를 지켰다.
가장 눈부셨던 이는 류현진이었다. 이제는 현지언론으로부터 메이저리그(ML) 최정상급 선발투수로 평가받고 있는 류현진은 투구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렸다. 극강의 제구력을 앞세워 스트라이크존 끝에 걸치는 보더라인 피칭의 진수를 보여줬다. 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지구 라이벌 샌프란시스코와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107개의 공을 던지며 1실점으로 호투했다. 볼넷 없이 단 4개의 안타만을 내줬고 6개의 삼진을 솎아냈다. 1-1 동점 상황에서 투구를 마쳐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으나 방어율을 2.55까지 끌어내렸다. 지난달 27일 피츠버그전에 이어 2연속 경기 7이닝 이상 무4사구를 달성했다.
첫 이닝만 제외하면 완벽했던 투구였다. 1회말 류현진은 직구 구속이 80마일 후반대에 머물렀다.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몰린 실투 2개가 안타로 연결돼 시작부터 무사 2, 3루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특유의 완급조절로 실점을 최소화했고 2회부터는 정상 컨디션을 찾았다. 직구 구속이 90마일 초반대로 올라왔고 직구와 체인지업을 상대 타자 몸쪽과 바깥쪽, 스트라이크존 상단과 하단에 절묘하게 찔러 넣었다. 마치 기계가 던지는 것처럼 포수 러셀 마틴의 미트에 정확하게 꽂아넣었다. 한 달 전 홈런을 허용했던 매디슨 범가너와 재대결에서도 방심하지 않았다. 지난달 3일 범가너에게 당해 완투 흐름이 끊겼던 것을 복수하듯 직구, 체인지업, 컷패스트볼을 골고루 섞어 던지며 범가너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회말 브랜든 크로포드부터 6회말 범가너까지 12연속타자 범타처리에 성공했고 7회말과 8회말 마지막 두 이닝에선 연속 삼자범퇴를 달성했다. 올시즌들어 한층 정교해진 제구력과 영리한 볼배합을 앞세워 특급 에이스로 우뚝 선 류현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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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추신수와 소속팀의 선두 질주에 힘을 보태고 있는 최지만도 가볍게 5월의 출발선을 통과했다. 추신수는 피츠버그와 홈경기에서 1번 지명타자로 출장해 정교한 타격 메커닉으로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7회말 상대 투수 리차즈 로드리게스의 몸쪽 직구를 몸의 회전만 활용한 군더더기 없는 스윙으로 우측담장을 넘겼다. 이로써 추신수는 시즌 4호 홈런을 기록했다. 최지만은 캔자스시티와 원정 더블헤더 두 번째 경기에서 3번 타자 1루수로 출전해 9회초 우월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최지만은 올시즌 두 번째 홈런을 기록했고 최지만의 소속팀 탬파베이는 시즌 전적 19승 11패로 뉴욕 양키스를 제치고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선두 자리를 유지했다.
지난 등판에서 홈런을 허용하며 무너졌던 오승환도 반등을 향한 발자국을 찍었다. 오승환은 밀워키와 원정경기 6회말에 마운드에 올라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의 퍼펙트 피칭을 선보였다. 매니 파라와 로렌조 케인을 각각 유격수 땅볼과 2루 땅볼로 처리한 오승환은 에릭 테임즈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점차 리드 상황에서 등판해 삼자범퇴에 성공한 오승환은 시즌 두 번째 홀드를 거둬들였다.
5월부터 진짜 시즌이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빠른 공에 타이밍을 잡지 못했던 타자들도 늦어도 5월부터는 타격 컨디션이 정상궤도에 오른다. 선발투수들도 관리에서 벗어나 투구수 제한 없이 마운드를 지킨다. 162경기 7개월 마라톤에서 5월은 시즌 첫 번째 전력질주 구간이다. 코리안 빅리거들도 본격적으로 가속 페달을 밟으며 희망찬 5월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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