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류현진이 13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워싱턴과 홈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캡처 | 다저스 트위터

[LA 다저스타디움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다음엔 아빠 생일에 잘 던지고 싶다.”

LA 다저스 에이스로 자리 잡은 류현진은 팀의 1선발 클레이턴 커쇼를 제외하고 1986년 6월5일~10일 현 투수코치 릭 허니컷 이후 처음 좌완으로 8이닝 이상 백투백 무실점을 작성한 선발 투수가 됐다. 지난 8일(한국 시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상대로 6년 여만에 완봉승을 작성했고 13일 워싱턴 내셔널스를 상대로는 8이닝 1안타 1볼넷 9삼진으로 연속 쾌투를 했다. 6-0 승리로 백투백 무실점을 엮어냈다.

다저스 전담 라디오의 캐스터 찰리 스타이너는 “올 시즌 류현진의 피칭을 보는 게 너무 즐겁다”고 했다. 그의 멘트는 단순한 칭찬이 아니다. 피칭을 거듭할수록 대기록에 접근하는 쾌투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지난 애틀랜타전에서 5회까지 퍼펙트를 이어갔고 이번에는 8회까지 노히트노런 행진을 이어가며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결국 8회 1사 후 전날 만루홈런으로 다저스를 울린 헤랄도 파라의 좌중간 2루타로 대기록 작성이 좌절됐다. 2019시즌 첫 노히트노런은 류현진이 애틀랜타전에서 완봉승을 거둔 날 오클랜드 에이스 마이크 파이퍼스가 작성했다.

2013년 다저스에 입단해 4경기 연속 7이닝 이상 피칭은 이번이 처음이다. 투구수 116개도 MLB 데뷔 이래 최다다. 4경기 동안 32이닝에 17안타 3실점 삼진 31개, 볼넷 1개에 방어율 0.84다. 13일 현재 5승 1패 방어율 1.72로 밀워키 브루어스 잭 데이비스(1.54)에 이어 2위다. 워싱턴전 볼넷 1개 허용으로삼진-볼넷 비율은 18.0이 됐다. 2위는 클리블랜디 인디언스 카를로스 카라스코(8.0)다.

문상열
◇ 스포일러

이날 워싱턴전에서는 2개의 기록이 무산됐다. 연속이닝 무볼넷과 생애 첫 노히트노런이었다. 시즌 마지막 볼넷은 지난달 21일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서 6회 헤수스 아길라였다. 이날 4회 1사 후 2번 타자 브라이언 도저에게 볼카운트 3-1에서 볼넷을 내줘 27연속이닝 무볼넷이 마감됐다. 5회 우익수 코디 벨린저는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의 안타성 타구를 ‘우전 땅볼’로 처리했다. 호수비의 도움까지 얻은 노히트 행진은 8회 ‘다저스 킬러’ 파라의 안타로 물거품이 됐다.

도저는 지난해 다저스에서 류현진과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지난 10일 류현진은 오랜만에 다저스타디움을 찾은 도저를 만나 경기 전 타격훈련 때 반갑게 인사했다. 오랫동안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2009~2014년)에서 활동한 파라는 다저스를 상대로 8개의 홈런을 빼앗았다. 파라는 전날 역전 만루홈런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고 류현진의 노히트마저 무산시키며 진정한 다저스 킬러가 됐다.

류현진은 “벨린저에게 미안했다. 지난 경기 때도 호수비로 도와줬고 이날도 정말 뛰어난 수비를 해줬다. 이럴 때 기록을 세워야 했는데 깨져서 아쉽고 미안하다”고 했다. 안타와 볼넷 허용 어떤게 아쉽냐는 질문에 “볼넷을 내준 게 더 아쉬웠다”며 평소의 지론을 다시 한 번 언급했다.

◇ 투수전

류현진의 완승으로 끝났지만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와의 선발 맞대결은 명불허전이었다. 샌디에이고 주립대학을 나온 스트라스버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미국 국가대표 출신으로 이듬해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전체 1번으로 워싱턴에 지명된 에이스다. 류현진도 베이징 올림픽 한국 대표 출신이다. 한 때 100마일(160㎞)의 강속구를 뿌렸고 제구까지 겸비한 특급 선발이다. 2016년 워싱턴과 7년 1억7500만 달러 계약을 맺어 화제가 됐다. 류현진이 1회 투구 10개 가운데 9개를 스트라이크를 던지자 스트라스버그는 9개 모두 스트라이크로 맞섰다. 6이닝 동안 4안타 2실점 2볼넷 7삼진. 적시타는 없었고 희생플라이와 땅볼로 실점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모를 정도로 류현진은 능수능란하게 게임을 이끌고 있다. 모든 게 완벽하다. 타자의 타격 밸런스를 흐뜨려 놓고 긴 이닝을 버텨 불펜의 힘을 덜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 가족을 위해

류현진의 부모는 그가 등판할 때마다 함께 한다. 이날은 미국의 ‘어머니 날(Mother’s Day)’이었다. 어머니 박승순씨의 시구를 아버지 류재천씨가 받았다. 코디 벨린저, 오스틴 반스, 알렉스 버두고의 모친과 함께 합동 시구를 했다.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노히터를 아쉽게 놓쳤지만 환상적인 5승째를 어머니께 바쳤다. 공교롭게도 지난 번 완봉승을 거둔 날도 어머니의 생일이었다. 류현진은 “다음엔 아버지 생일 때도 멋진 투구로 선물을 드리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