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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불운과 역경을 이겨낸 후 화려하게 레드카펫 위를 걷는다.
LA 다저스 류현진(32)이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샌디에이고를 상대로 5번째 10승 도전에 나선다. 지난달 5일 애리조나전에서 시즌 9승째를 거두며 다승 부문 선두에 오른 후 한 달 동안 선발승을 올리지 못했던 그가 아홉수를 끊고 완벽한 전반기 마무리를 바라보고 있다. 전망도 나쁘지 않다. 유난히 힘겨웠던 지난 선발 등판과 달리 이번에는 가장 좋은 투구를 펼쳤던 샌디에이고를 상대한다. 예전처럼 샌디에이고에 맞서 굳건히 마운드를 지키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올스타전이 열리는 클리블랜드로 향할 수 있다.
다사다난한 6월이었다. 류현진은 9승을 올린 이후 3경기 동안 방어율 0.95의 특급 활약을 이어갔다. 하지만 야수진의 실책과 미비한 득점지원으로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지난달 29일에는 투수의 무덤인 쿠어스 필드 마운드에 올라 콜로라도 타자들의 장타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홈런을 3개나 허용하며 빅리그 데뷔 후 가장 많은 7실점을 기록했다. 5월에 이어 6월 이달의 투수상도 노려볼 만했으나 콜로라도전 부진으로 인해 두 달 연속 수상은 무산됐다.
사이영상 레이스 질주에도 제동이 걸렸다. 여전히 방어율 부문 1위에 올라있지만 워싱턴의 맥스 셔저가 6월 내내 괴력을 발휘하며 류현진을 맹추격하고 있다. 6월에 등판한 6경기서 모두 승리하며 방어율 1.00을 기록한 슈어저는 탈삼진과 이닝 부문에서 류현진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은 전반기 내셔널리그 최고 투수로 류현진이 아닌 셔저를 꼽으며 “만일 류현진이 콜로라도에서 투구판을 밟지 않았다면 달라졌을 것이다. 쿠어스필드에 등판하기 전까지 류현진은 15번 선발 등판해 방어율 1.27을 기록했다. 그러나 쿠어스필드에서 던진 후 방어율은 1.83이 됐다”고 했다. 류현진이 고비를 넘지 못하면서 최고 자리를 셔저에게 내줬다고 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류현진이 샌디에이고전에서 다시 압도적인 투구를 펼친다면 ‘전반기 최고 투수’로 인식됨은 물론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올스타전에 선발 등판할 수 있다. 류현진은 샌디에이고전에서 통산 10차례 선발등판해 59.2이닝을 던지며 7승 1패 방어율 2.26을 마크하고 있다. 통산 10번 이상을 상대한 팀 중 가장 많은 승리와 가장 낮은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다. 과거 슬럼프에 빠졌을 때도 샌디에이고를 상대한 이후 반등하곤 했다. 지난해에도 류현진은 샌디에이고와 맞붙은 3경기서 3승 무패 방어율 1.53으로 승승장구했다.
물론 올시즌의 샌디에이고는 지난 시즌과 다르다. 특급 내야수 매니 마차도를 영입했고 신인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도 기대치를 충족시키고 있다. 리빌딩에 집중했던 지난해까지와 달리 올해 샌디에이고는 신구조화를 앞세워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린다. 그럼에도 객관적인 전력에선 류현진의 다저스가 우위에 있다. 무엇보다 다저스는 최근 애리조나와 홈 2연전서 모두 극적으로 승리하며 콜로라도에서의 나쁜 기억을 깨끗하게 지워버리고 다시 상승세를 탔다.
류현진이 선발승 추가에 애를 먹는 동안 다른 수준급 투수들도 좀처럼 승리를 쌓지 못했다. 4일 기준 내셔널리그 다승 부문 1위는 워싱턴 스티븐 스트라스버그가 기록한 10승이다. 여전히 다승왕 가능성이 열려있는 가운데 샌디에이고전을 통해 반등하면 더할 나위 없는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무리할 수 있다. 1점대 방어율과 10승을 두루 달성하며 당당하게 올스타전 무대를 즐긴 뒤 여유있게 후반기를 준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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