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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 유인택(64) 예술의전당 사장이 최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유 사장은 서울대학교에서 약학을 공부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뮤지컬을 전공,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사업국 국장, 유니코리아 문예투자 이사,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동양예술극장 대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이색 이력의 소유자다. 특히 영화계에서 맹활약해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미인도’, ‘화려한 휴가’, ‘과속스캔들’ 등 수많은 히트영화를 제작했고, 뮤지컬 ‘구름빵’, ‘광화문연가’에서는 펀드매니저로 활동했다. 그런 그가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취임했을 때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클래식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었다. 그러나 유 사장은 다방면 경험과 인맥을 활용해 후원을 이끌어내고 공간의 변화를 시도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취임 100일을 맞아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유 사장은 “적극적 투자유치로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흔히 높다고 여겨지는 클래식의 문턱을 낮춰 더 많은 대중들이 즐기는 복합문화센터가 되도록 하겠다”며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예술에 대한 후원은 국격을 높이는 일유 사장의 집무실에는 카드단말기가 설치돼있다. 이 카드단말기는 유 사장이 취임하면서 내세운 ‘2022년까지 연회비 10만원의 골드회원을 10만명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설치했다. 업무차 사장실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회원으로 이끌겠다는 유 사장의 의지가 느껴진다.
유 사장은 “카드단말기를 설치한 후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연회비 10만원 첫 회원이 되셨다. 취지를 말씀드리기 흔쾌히 회원이 되겠다고 하며 개인카드를 꺼내 신청하셨다”고 말했다.
취임 100일 동안 부지런히 업무파악을 하고 계획을 세우고 하나둘씩 실천해나가고 있다는 유 사장은 예술의전당 안으로 들어와 알게 된 새로운 것들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예술의전당이 밖에서 봤을 때는 굉장히 부자들이 오는 곳이고 예술의전당 자체가 부자라는 이미지가 있다. 그런데 재정구조가 국고보조율 25%에 나머지는 수익사업으로 충당하고 있었다. 공공의 복합예술센터인데 수익사업에 전념해서는 공공성을 유지할수가 없다. 공공예산 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기부를 끌어오는 일은 펀드매니저 출신인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다.”
벌써부터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리허설룸을 리모델링해 소극장으로 바꾸는 과정에 개인 사업가가 10억원을 쾌척했다. 유 사장은 “흔히 대기업에서만 기부를 받는 것이 대부분인데 기회를 만나지 못해 기부하지 못한 중소기업은 물론 개인 사업자들이 많다. 이분들을 만나 기부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니 기분좋게 지갑을 여셨다”고 설명했다.
인맥의 왕 답게 문화계 마당발로 통하는 그는 기업인을 만나면 반드시 하는 이야기가 있다. 예술에 대한 후원은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점이다.
“현재 한류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지만 순수 기초 예술분야가 튼튼하게 자리잡고 있어야 대한민국 국격이 높아진다. 한국의 국격이 높아져야 기업의 글로벌 활동에도 도움이 된다.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관점에서 예술에 대한 후원을 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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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기 장르라는 이유로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한 서예박물관에 올 여름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 포스터 전’을 기획했다.
서예로 제목을 쓴 영화포스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전시를 매칭했다. 필요한 예산은 과거 극장업을 해 영화와 인연이 깊은 기업 벽산에 기부받았다.
“지금은 아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벽산은 중앙극장, 단성사 등 극장을 운영했던 기업이다. 한때는 13개의 극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가 있어 기부가 성사됐다.”
최근 새롭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미술이다. 예술의전당 내에 한가람미술관 등 전시실이 많지만 대부분 대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의 한메이링 작가가 대가이면서도 기업과 협업을 적극 펼치는 활동을 하는데 큰 감동을 받았다는 유 사장은 앞으로 한국미술계 역시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해나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유 사장은 “최근 예총 산하 한국미술협회와 민족미술인협회 대표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상설자문위원회를 만들어 한가람미술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겠다고 약속했다. 미술관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의전당의 체질개선을 위해 TF팀도 구성해 가동 중이다. 이는 예술의전당이 정권의 바람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정체성을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예술의전당 30년 역사에 정권이 수없이 바뀌었고 사장이 15명 바뀌었다. 수없이 바람에 휘둘려왔지만 예술의전당이라는 브랜드와 위치가 좋아서 1등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렇게는 안된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그 어떤 정권에도 휘둘리지 않는 미래 30년을 설계하라고 주문했다. 예술의전당이 예술의전당답게 자리하는 철학과 방향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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