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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이 30일(한국시간) US오픈 2회전에서 베르다스코를 역전승으로 따돌린 뒤 환호하고 있다. 뉴욕 | 테니스코리아 제공

[뉴욕=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공은 둥글다. 제 아무리 강자라도 약점이 없을 수 없기에 포기하지 않고 맞붙으면 의외의 결과도 얻을 수 있다. 스포츠가 매력적인 이유는 골리앗을 꺾는 다윗의 이변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170위·한국체대)이 1일(한국시간) 열리는 2019US오픈테니스 단식 3회전에서 ‘왼손 천재’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과 일합을 겨룬다. 객관적 전력에서는 더 이상의 말이 필요없다. 프로통산 83개(그랜드슬램 우승 18회)의 우승컵을 수집한 나달의 압도적 우세가 점쳐지지만 지레 꼬리를 내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바늘 구멍이 둑을 무너뜨린다고 했다. 정현이 호시탐탐 노려야 할 나달의 바늘 구멍은 과연 무엇일까.

◇백핸드 쪽을 공략하라!

나달의 최고 강점은 포어핸드 스트로크. ‘와이퍼 스윙’으로 불려지는 그의 포어핸드 스트로크는 엄청난 회전력을 자랑한다. 풀 웨스턴 그립을 잡고 강력한 톱 스핀을 거는 그의 포어핸드 스트로크는 볼이 코트 페이스를 맞고 튀어오르는 정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한창 때 4900RPM(분당 회전수)을 기록할 정도로 회전이 많아 변화가 심하다. 무시무시한 톱스핀이 걸리는 그의 포어핸드 스트로크 평균 RPM은 대략 3200에 이른다. RPM이 높을수록 구질이 변화무쌍해 상대의 실책을 유도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로저 페더러의 평균 RPM이 대략 2700 정도라고 볼 때 나달의 포어핸드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나달에게 굳이 바늘구멍을 찾는다면 백핸드 쪽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백핸드가 치명적인 약점이라는 게 아니라 포어핸드가 너무나 강력해 궁여지책으로 내린 솔로션이다. 서비스 공격부터 집요하게 그의 백핸드 쪽을 노리는 것은 물론 랠리 역시 마찬가지다. 나달에게 강력한 톱스핀이 걸리는 포어핸드 스트로크를 내주면 그야말로 죽음이다.

◇과감한 네트플레이

정현이 집요한 랠리를 통해 상대를 허물어뜨리는 베이스라이너지만 나달과는 견줄 수 없다. 나달은 테니스 역사상 가장 강력한 베이스라이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플레이 스타일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 기회를 잡으면 과감하게 밀고 들어오는 네트 플레이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러나 과연 나달이 정현에게 네트 점령을 허용할지는 미지수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정현은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로 변신 중이다. 베르다스코와의 2회전에서도 네트 플레이 득점률(16번 시도해 13번 성공)에서 81%를 기록할 정도로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베르다스코와 상대한 왼손 경험

왼손잡이는 까다롭다. 이유는 단 하나,희소성 때문이다. 그런 점에선 다행이다. 2회전 상대인 페르난도 베르다스코(34위·스페인)가 왼손잡이여서 까다롭고 걸끄러운 왼손 플레이가 다소 눈에 익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베르다스코가 플랫성 구질을 치는 선수라 어머어머한 톱 스핀이 걸리는 나달과 큰 차이가 나겠지만 스포츠는 늘 그렇듯 이변을 꿈꿀 수 있다. 더욱이 정현은 두 경기 모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둬 기가 한껏 살아 있다. ‘왼손 천재’ 나달과의 경기에서 ‘져도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임한다면 의외의 결과를 거둘 수도 있다. 그게 바로 스포츠가 지닌 묘미다.

◇경계해야할 3구 공격과 인사이드 아웃 포어핸드

나달의 대표적인 공격 패턴은 서브 후 3구 공격. 그것도 상대를 교묘하게 속이는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포어핸드 스트로크가 가장 위력적이다. 각이 워낙 커 쫓아가기 힘들다. 회전력도 무시무시하지만 상대가 역모션에 걸릴 만큼 예측하기 힘든 게 나달의 인사이드 아웃 포어핸드 스트로크의 특징이다. 알면서도 당하는 나달의 이 필살기에 대한 철저한 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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