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벤투 감독, 울산현대 이동경 첫 발탁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2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월드컵 2차 예선에 나설 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벤투호’의 항해는 달라야 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0일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월드컵 2차예선 1차전을 시작으로 카타르를 향한 본격적인 항해에 나선다. 투르크메니스탄을 비롯해 북한 레바논 스리랑카 등 약체들과 한 조에 속해 크게 우려할 만한 대진은 아니지만 결과와 더불어 내용까지 챙겨야 난이도가 올라가는 최종예선에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4년 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했던 한국은 아시안컵 준우승 달성 후 2차예선을 깔끔하게 통과하며 순풍을 탔다. 2차예선 8경기에서 27골을 넣는 사이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으며 완벽에 가깝게 최종예선으로 향했다. 그러나 레바논 쿠웨이트 미얀마 라오스 등 약팀을 상대하다 최종예선에서 이란 우즈베키스탄 중국 카타르 시리아 등 만만치 않은 팀을 만나자 민낯이 드러났다. 중국 원정에서 패하며 공한증이 깨졌고, 이란에게 여전히 약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탈락 위기에 놓이면서 슈틸리케 감독은 자리에서 물러났고, 월드컵 본선에 함께하지 못했다.

벤투 감독 체제에서는 달라야 한다. 관건은 내용, 완성도를 채우는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경우 2차예선까지 ‘갓틸리케’라 불릴 정도로 강력한 여론의 지지를 받았으나 좋은 성적에 부실한 내용이 가려진 면이 있었다. 당시에는 ‘늪축구’, ‘실학축구’라는 긍정적인 표현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냉정하게 경기력 좋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슈틸리케 감독은 사실상 선수들의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전술로 일관했고, 자신만의 색을 내지 못한 끝에 최종예선에서 한계에 직면했다.

그 때와 달리 내용과 더불어 결과, 성적까지 챙겨야 벤투호의 항해가 순항할 수 있다. 눈 앞의 2차예선에서 결과를 잡는 것은 당연하다. 레바논(87위)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개 나라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100위권 밖에 있다. 37위인 한국보다 전력이 한참 떨어지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이변을 허용하면 큰 충격파를 받을 수 있다. 벤투 감독은 이미 아시안컵 4강에 오르지 못해 우승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미 실패한 전력이 있는 만큼 난이도가 떨어지는 2차예선은 무난하게 통과해야 외풍 없이 팀을 이끌 수 있다.

다행히 벤투 감독은 지난 아시안컵의 실패를 통해 경험과 교훈을 얻었다. 아시아 무대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차 예선을 앞두고 자신의 축구 색깔과는 거리가 있는 김신욱을 호출한 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구사하는 동시에 아시아권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김신욱을 활용해 실리까지 챙기겠다는 구상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벤투 감독에게 2차예선은 현실인 동시에 미래를 준비하는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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