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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송의 문인 소동파가 처음 만들었다는 동파육(둥퍼러우)은 지금도 중국인들이 돼지고기를 맛있게 즐기는 방법으로 남아 자신의 작품 중 ‘불후의 걸작’이 됐다.

[고기박사 최계경의 육도락기행]유서깊은 중국의 고기요리, 둥퍼러우(東坡肉)

둥퍼러우(東坡肉)는 중국인들이 삼겹살을 먹는 대표적인 요리법이다. 저장성 항저우의 대표 요리인 둥퍼러우는 사실 ‘삼겹살(오겹살) 간장조림’이라 할 수 있다. 이 요리에 깃든 스토리텔링이 아주 근사하다. 당송팔대가 중 일인으로 꼽히는 북송의 소동파(蘇東坡)가 항저우에 태수로 부임했을 때 고안한 요리다.

소동파는 이름난 미식가였다. 저육송(猪肉頌)과 식저육시(食猪肉詩) 등 돼지고기를 노래한 시를 남겼을 정도였다.

소동파는 자신의 취향대로 돼지 삼겹살을 삶은 후 또 간장과 술, 설탕 등을 넣고 장시간 조리는 정성을 들여 둥퍼러우를 만들었다. 이렇게 생겨난 둥퍼러우는 천년의 세월이 흘러도 인기가 시들지 않는 소동파의 ‘대표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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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삼겹살을 삶고 조려내 육즙과 지방이 고스란이 살아있는 둥퍼러우.

중국인들의 가정식부터 연회 요리에도 빠지지 않는 둥퍼러우는 부드럽고 진한 고기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요리다. 화상(華商)들이 많이 살고 있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 중국집 거리에서 최고의 둥퍼러우를 맛봤다.

중국 가정식 요리를 테마로 내건 하하(哈哈)반점. 여느 ‘중국집’에서 맛볼 수 없는 다양한 요리로 젊은 층에 인기를 끌고 있는 집이다. 끼니로도 좋고 요리와 더불어 한잔하기에도 좋아 식때와 상관없이 많은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곳이다.

하하반점의 대표 메뉴는 셀 수 없이 많다. 흔한 탕수육과 칠리새우, 깐풍기, 유림기 등부터 돼지내장무침, 산라탕, 피단두부, 가지볶음, 옥수수탕 등 다양한 메뉴를 내세우고 있다. 이중 돼지귀무침(凉拌猪耳)과 둥퍼러우를 주문했다.

돼지귀무침은 글자 그대로 냉채다. 차가운 음식을 즐기지 않는 중국인들은 냉(冷)자를 꺼린다. 그저 서늘한 량(凉)을 쓴다. 그래서 무침 류는 대부분 냉채(凉拌)이다. 참고로 중국냉면은 량판미엔(凉拌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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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채로 즐기는 하하(哈哈)의 돼지귀무침.

미리 삶아낸 꼬득꼬득한 돼지 귓살이 오이와 함께 새콤한 소스에 무쳐서 나오는데 샐러드처럼 맛있다. 가격도 4000원으로 무척 저렴하다.

둥퍼러우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오랜시간을 조려내 따로 보관했다가, 주문 즉시 중국팬에서 조리해서 내오기 때문이다. 김이 모락 피어나는 둥퍼러우가 식탁에 올랐다. 소스를 흥건히 머금어 윤기가 좌르르 흐른다. 삶은 계란을 함께 넣은 것도 특이하다.

가장 큰 덩어리를 집어 입에 넣었다. 달달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입안에 한가득 퍼진다. 간장과 XO소스 이외에 매운 양념이 숨어있다. 한국인이 좋아할 맛이다. 고기는 부드럽게 씹힌다. 고기를 삶는 과정에서 흘러나온 기름과 육즙이 소스에 녹아들었다가 씹을 때 도로 스며든다. 이를 대면 장조림처럼 사르르 찢어지는 고기가 소스와 함께 섞여 종합적인 맛을 낸다.

둥퍼러우는 바로 이런 맛이다. 육즙과 지방 등 고기의 모든 맛이 다시 소스에 더해져 또다른 새로운 맛을 내는 것.

소동파의 시는 잘 모르겠고, 아무튼 천재 요리사가 틀림없다.

<육도락가·축산물쇼핑센터 AZ쇼핑 대표사원>

★하하(哈哈) = 둥퍼러우 1만5000원, 칠리새우 2만원, 탕수육 1만5000원, 탕류(산라탕·옥수수탕·완자탕) 6000원, 돼지내장무침, 머리고기 무침, 해파리무치, 돼지귀무침 등 각 무침(냉채)류는 4000원. 다양한 만두 종류도 있다.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229-12. (02)337-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