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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환범선임기자] ‘김승기 매직, 소리없이 강하다.’
안양 KGC인삼공사가 시즌 전 예상을 뒤엎고 2위를 달리며 선전하고 있다. 팀 기둥 오세근이 어깨인대파열로 이탈하며 위기에 봉착했지만, 똘똘 뭉친 팀워크로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고 있다. KGC인삼공사는 18일 현재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에서 14승 9패(승률 0.609)로 2위에 올라있다. 어느 때보다 전력평준화가 두드러진 시즌이라지만, KGC인삼공사가 이 정도로 잘하리라 예상한 이는 드물다. 6강에 들면 성공이라 여겼던 KGC인삼공사가 이토록 선전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번 시즌 인삼공사는 전매특허인 상대를 압박하는 함정수비, 공을 빼앗는 공격적인 수비전술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선수들의 엄청난 활동량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로테이션이 필수다. 선수들이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그 중심에 KGC인삼공사 김승기 감독의 지도력이 숨어있다.
인삼공사는 지난 시즌 25승 29패로 7위에 머물며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시즌 종료 후 인사이드 자원인 최현민과 김승원이 각각 KCC와 SK로 빠져나간 가운데 이렇다할 전력 보강도 없었다. 무릎 수술을 받은 오세근이 복귀했지만 완벽한 몸상태가 아니라 관리해야 했다. 젊은 유망주들이 지난 시즌 보다 많은 경기출전 기회를 부여받긴 했지만 성장을 장담하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김 감독은 비시즌 그 어느 팀보다 혹독한 훈련으로 구슬땀을 흘리며 수비전술 완성과 선수들의 체력 보강에 매진했다.
KGC인삼공사는 주위 예상처럼 1라운드에서는 4승 5패로 5할 승률을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2라운드 6승 3패, 3라운드 4승 1패를 기록하며 단독 2위로 치고 나갔다. 지난 1일 전자랜드전에서 오세근이 어깨부상을 당해 이탈하는 와중에도 6연승 달리는 저력을 발휘했다.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선수들의 유기적인 플레이가 살아났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스스로 알아서 너무 잘한다”며 칭찬으로 기를 살렸고, 선수들은 “수비하는 재미를 알아가고 있다. 체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여름내 흘린 땀이 보약이 된다”며 끈끈한 팀워크에 흥을 보태고 있다.
수비에서는 냉혹하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김 감독이지만 공격, 특히 슛에 대해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껏 던지라고 풀어준다. 실제 에이볼이 나오더라도 자신있게 던지는 선수는 끝까지 기용한다. KGC인삼공사가 탁월한 수비능력에 비해 외곽슛 성공률은 다소 떨어지지는 편이지만, 최근 경기들을 보면 박형철 기승호 등 매 경기 늘 해결사가 튀어나와 숨통을 트이게 하고 있다.
지난 2015시즌 KGC인삼공사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은 김승기 감독은 2016~2017시즌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등 꾸준히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우승은 오세근 양희종에 이정현(현 KCC) 등 선수복이라며 그의 능력을 평가절하하는 시선도 있었다. 선수시절 ‘터보가드’라는 별명처럼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뚝심에 대한 질투어린 평가도 존재했다. 하지만 전력보강이 없는 상태에서 이번 시즌 그가 이뤄내고 있는 성과들은 시즌 결과에 상관없이 칭찬받기에 충분하다.
KBL 프로농구는 3라운드가 진행중인데 중반을 넘기면 체력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KGC인삼공사는 오세근 없이도 잘 버티고 있지만 또 다른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하지만 내년 1월에 가드 이재도, 슈터 전성현 등이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다. 오세근의 합류시기가 아직 불투명하지만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6강, 4강을 넘어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해 보겠다”는 김 감독의 당찬 포부가 현실이 될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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