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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은퇴하면 이런 기분일까요?”
풀타임 빅리거를 넘어 붙박이 주전 도약을 노리던 최지만(29·탬파베이)이 난데없이 생긴 ‘봄방학’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겨우내 땀흘린 보람도 없이 팬 앞에 설 기회가 사라져 어리둥절한 상태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오죽하면 “은퇴하면 이런 기분일까 싶다”며 허탈감을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 전역을 뒤덮어 메이저리그(ML)도 전면 중단됐다. 뉴욕 시 사망자는 7000여 명에 달했고, 확산세가 좀처럼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개막 일정도 쉽게 확정 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들도 행선지가 갈렸다. 외국인 입국 제한으로 스프링캠프 장소인 플로리다에 발이 묶인 류현진(33·토론토)과 소속팀 연고지로 떠난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과 달리 막내 최지만은 한국행을 택했다. 지난달 조용히 귀국해 고향인 인천에 머물면서 생애 첫 ‘봄 방학’을 보내고 있다. 그는 “어머니 밥도 먹고, 강아지와 시간을 자주 보내고 있다. 취미 생활인 요리도 꾸준히 한다”며 기분 좋은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최지만의 ‘봄‘은 늘 치열했다. 올해도 개막 초에 맞춰 최고의 컨디션을 만들었다. 때문에 기약 없이 미뤄진 시즌이 아쉽기만 하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1군에서 풀타임 시즌을 보냈고, 생애 첫 가을 무대까지 밟으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그라운드에 서고 싶은 마음이 여느 해보다 클 수밖에 없다. 그는 “이 시기에 한국에 있는 게 처음이라 어색하다. 벚꽃도 처음 봤다”며 “지난 시즌 성적도 좋았고 겨울에 훈련도 잘됐는데 준비된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해서 아쉽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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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주어진 봄 방학이지만, 마냥 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귀국 후 2주간의 자가 격리 기간을 견뎌내고 다시 배트를 잡았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으로 캐치볼, 티배팅 등 기초훈련을 통해 다시 몸만들기에 돌입했다. 현지에 있는 구단 트레이너와도 영상통화로 컨디션을 보고하고, 몸 상태를 검사받는 등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 최대한의 준비를 하고 있지만 실전 무대에 설 기회가 없다는 게 가장 아쉽다. ML과 정반대인 KBO리그 상황이 부럽기만 한 이유다. 최근 한국은 일일 확진자 수 50명 이하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어 감소세가 이어진다면 5월 초 개막도 유력하다. 누구보다 그라운드가 고픈 최지만은 “(KBO리그가 개막하면) 경기를 안 봐야겠다”며 개막을 눈앞에 둔 국내 선수들에 대한 부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요즘엔 ‘은퇴하면 이런 기분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경기를 통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아쉽다. 공백이 길면 선수로서 잊혀질 수도 있기에 빨리 경기에 오르고 싶다”며 다시 그라운드에 서는 날을 꿈꿨다.
younw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