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전북 현대의 개막전, 이동국...덕분에?
전북 현대 이동국이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 삼성을 상대로 진행된 ‘2020 K리그1’ 개막전에서 후반 선제골을 성공시킨 뒤 ‘덕분에’ 챌린지로 세리모니를 펼치고있다. 2020.05.08.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라이언킹’ 이동국(41·전북 현대)이 전 세계에 존재감을 과시했다. K리그 최고령 선수지만 스타성만큼은 최고다.

이동국은 지난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개막전에서 0-0으로 균형을 이루던 후반 38분 결승골을 터뜨리며 전북의 1-0 신승을 이끌었다. 이동국의 활약 속에 전북은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이날 경기는 전 세계의 큰 관심 속 진행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축구가 중단된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대회를 개막하는 리그이기 때문이었다. 총 36개국에서 중계권을 구매하는 이례적 호재가 발생했다. 심지어 축구종가인 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웹사이트를 통해 개막전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열린 개막전은 다소 지루한 양상으로 이어졌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수원이 수비적으로 경기를 운영했고, 전북도 수월하게 공략법을 찾지 못하면서 좀처럼 균형이 깨지지 않았다. 답답했던 경기 흐름은 이동국의 한 방으로 달라졌다. 후반 15분 조규성을 대신해 교체로 들어간 이동국은 38분 왼쪽에서 손준호가 올린 코너킥을 득점으로 연결했다. 골대 가까운 쪽에서 방향만 바꾸는 노련하면서도 정확한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특유의 수비수를 따돌리는 기민한 움직임과 골 결정력이 빛난 장면이었다.

이동국의 득점 소식을 전 세계 언론에서도 비중 있게 다뤘다. 영국 유력지 가디언을 비롯해 데일리메일 등 복수 언론에서는 과거 미들즈브러에서 뛰었던 이동국이 K리그 개막전에서 골을 터뜨렸다며 조명했다. 미들즈브러의 한 팬은 과거 자신이 구매했던 이동국의 유니폼을 꺼내 SNS에 올려 화제가 됐다. 독일 키커지에서는 브레멘에서 뛰었던 이동국과 K리그 개막 소식을 묶어 상세하게 보도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유럽에서 뛴 경력이 있는 이동국이 결승골의 주인공이 되면서 K리그 개막전 자체가 더 큰 조명을 받은 셈이다.

이동국의 골 세리머니도 화제가 됐다. 득점 후 이동국은 카메라를 향해 ‘덕분에 챌린지’ 세리머니를 했다. 덕분에 챌린지란 왼 손바닥 위에 오른 손바닥을 올리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코로나19로 인해 고생하는 의료진을 격려하는 캠페인이다. 세 달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19 정국에서 의료진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는 행위다. 이동국의 세리머니를 본 스페인 언론 마르카는 “코로나19 정국 속 세리머니의 정석”이라며 모범적인 케이스로 꼽았다. 이후 9, 10일 열린 다른 K리그 경기에서도 선수들이 줄줄이 덕분에 챌린지에 동참했다. 이동국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는 개막전이었다.

이동국이 조명 받는 또 다른 이유는 그의 나이 때문이다. 1979년생인 이동국은 여전히 수준급의 기량을 자랑하며 현역 생활을 하고 있다. 이동국보다 나이가 어린 스티븐 제라드(레인저스)와 또래인 프랭크 램파드(첼시) 등 잉글랜드 스타들은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동국의 현역 유지가 얼마나 대단한지 가늠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이동국을 주목하는 배경이다.

이동국은 올해 K리그 최초 80골-80도움에 도전한다. 이동국은 통산 K리그에서 225골77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최다득점 기록을 경신했고, 앞으로 도움 3개만 추가하면 대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말 그대로 노익장인데 개막전에서부터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내며 스타성을 입증했다. K리그 최고의 스타인 이동국은 2020년에도 변함 없이 화제의 중심에 설 전망이다. ‘이동국이 없으면 K리그 뉴스가 반으로 줄어든다’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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