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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법원이 처음 보는 여성을 폭행해 광대뼈를 골절시킨 남성에 대한 구속영장을 긴급체포가 위법하다며 기각한 가운데, 철도경찰과 경찰 측이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상해 혐의를 받는 이모(32)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신원과 주거지 및 휴대전화 번호 등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고, 피의자가 주거지에서 잠을 자고 있어 증거를 인멸할 상황도 아니었다. 긴급체포가 위법한 이상 이 사건 구속영장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앞서 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지난 2일 이씨를 서울 동작구 자택에서 긴급체포한 뒤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1시 50분께 공항철도 서울역 1층에서 모르는 사이인 30대 여성을 때려 왼쪽 광대뼈 부위 등에 심한 상처를 입히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철도경찰은 이씨의 이름과 주거지, 휴대전화 번호를 파악한 뒤 주거지를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며 전화를 걸었으나 반응을 보이지 않자 강제로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잠을 자던 이씨를 긴급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과도하게 공권력을 사용해 이씨를 긴급체포했다고 본 법원의 판단에 대해 경찰 측은 “제2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절차였다”고 주장했다.
서울 동작경찰서에 따르면 이씨는 앞서 지난 2월에도 처음 보는 여성에게 욕설을 퍼붓고 침을 뱉었으며, 지난 달에는 이웃을 폭행한 의혹도 받고 있다. 이미 여러 건의 범죄를 저지른 전과가 있었고, 앞으로 비슷한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
철도경찰 측은 “(범행 당시) 피의자가 불특정 다수에게 몸을 부딪치는 등 비정상적 행동을 해 제2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신속히 검거할 필요성이 있었다”면서 “체포 당시 피의자가 주거지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문을 두드리고 전화를 했으나, 벨 소리만 들리고 아무런 반응이 없어 도주나 극단적 선택 우려가 있어 불가피하게 체포했다”고 말했다.
철도경찰과 함께 수사한 경찰도 법원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경찰 관계자는 “긴급체포 요건인 혐의 중대성·충분성·긴급성이 모두 갖춰졌는데도 법원이 다르게 판단했다”라며 당혹스런 반응을 내놓았다.
이 관계자는 “피의자 주거지 문을 계속 두드렸는데도 반응이 없었다. 많은 언론을 통해 사건이 보도됐는데도 자수하지 않았으니 도주 우려도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아 제시하기 전 겁을 먹은 피의자가 주거지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철도경찰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법과 원칙에 따라 여죄 등을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속영장 재신청 여부도 검찰과 협의할 예정이다.
한편 영장이 기각된 이씨는 현재 부모와 함께 지방에 내려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 부모는 이날 오후 아들을 정신병원에 데려가 필요하면 입원 치료를 받게 하겠다는 입장을 철도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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