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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자기 공에 자신감이 생겼다.”
유원상은 현재 KT 불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자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주권과 더불어 이강철 감독이 승부처에 믿고 맡길 유이한 투수다. 쓰임새가 큰 불펜 자원이 넉넉치 않아 필승조와 추격조를 가리지 않는 마당쇠 역할을 하고 있지만 유원상은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1일 기준 올시즌 19경기에 등판해 21이닝을 소화하며 승패없이 5홀드, 평균자책점 3.43을 기록 중이다. 5월엔 3경기 밖에 나서지 않았지만 6월 들어 출장 횟수를 늘리면서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한 유원상이다.
유원상의 커리어는 파란만장했다. 2006년 한화의 지명을 받았지만 이후 4시즌을 뛰고 LG 유니폼을 입었다. LG에서 7시즌을 뛴 유원상은 2017년 11월에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NC의 지명을 받았지만 이후 두 시즌 동안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채 지난해 12월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맛봤다. 사실상 방출 통보나 다름없었다.
프로 커리어가 끊길 위기에 놓인 유원상에게 손을 내밀어준 팀이 KT였다. 혹시나 모를 불펜 누수 현상을 대비하기 위해 유원상을 전격 영입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유원상은 예비용 자원이었다. 처음부터 불펜 핵심 멤버로 활용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 불펜진이 집단 난조를 보였고, 5월 말부터 유원상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개막 엔트리에서도 제외됐던 유원상은 5월 26일을 기점으로 추격조를 맡다가 필승조까지 격상했다. 유원상의 깜짝 등장은 불펜에서 고군분투하던 주권의 짐을 덜어주는 효과를 냈다. 이젠 ‘주권하고 유원상 없으면 어쩔 뻔 했나’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현재 유원상은 대체 불가 자원이다.
무엇이 유원상을 달라지게 만든걸까. 이 감독은 “높낮이를 잘 활용한다”면서 원하는 곳에 공을 집어넣을 수 있는 유원상의 제구를 높이 샀다. 이어 “패스트볼이 좋아졌고, 슬라이더도 6월 들어 자유자재로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등판 기회가 늘어났고, 필승조로 자리매김하면서 자신감이 올라간 것이 크게 작용했다. 이 감독은 “자기가 던지는 공에 자신감이 생겼다. 마운드에서 편하게 던지는 게 보인다”고 설명했다.
타선의 페이스는 좋다. 결국 KT가 지금 순위보다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키는 야구가 돼야한다. 7월 초부터 복귀 자원들이 속속 불펜에 돌아오면 유원상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면서 활용가치를 높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유원상의 등장은 참으로 시의적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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