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넷 포스터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2400억 대작 ‘테넷’도 속수무책이었다. 추석연휴 대목을 앞두고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극장가는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격상이 영화 흥행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을 수도권에 한해 2.5단계로 격상하자 주말 극장 방문객은 급감했다. 지난 주말 이틀(29∼30일) 동안 영화관을 방문한 관객은 약 35만명으로, 광복절 연휴였던 주말(15∼16일)의 125만명보다 3분의 1 이상 감소했다. 집합금지 조치에 따라 한 상영관 당 50인 이상이 모일 수 없게 됐을 뿐 아니라 관객들 스스로도 극장 멀리하고 있어 자연스레 관객수가 감소한 상황이다.

할리우드 대작 ‘테넷’(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조차도 힘을 쓰지 못했다. 31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테넷’은 개봉 5일 차인 30일까지 66만 관객을 모았다. 이달 초 개봉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홍원찬 감독)가 개봉 5일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 지난달 개봉한 ‘반도’(연상호 감독)가 4일차에 180만명을 동원한 것과 비교하면 기대 이하의 성적표다. 코로나19 위기 격상의 충격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다.

대작인 ‘테넷’까지 부진을 면치 못하자 9월 이후 개봉을 예고했던 작품들도 줄줄이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송중기의 ‘승리호’(조성희 감독)는 당초 추석 연휴를 노리고 다음 달 23일 개봉을 시도했으나 코로나19 상황 악화에 기약 없는 연기에 다시 들어갔다.

국내 중소 규모 영화들도 어렵사리 진행해보려 노력했지만 결국 백기를 들었다. 곽도원, 성동일, 하지원 등 여러 TV 예능에 출연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던 ‘국제수사’(김봉한 감독)와 ‘담보’(강대규 감독)는 무기한 개봉일을 연기했고 9월 9일 개봉 예정이었던 ‘돌멩이’(김정식 감독)는 개봉을 코앞에 두고 9월 30일로 개봉일을 변경했다. 장혁이 주연을 맡은 영화 ‘검객’(최재훈 감독)도 개봉을 연기했고, 웹툰을 원작으로 한 ‘기기괴괴 성형수’(조경훈 감독)와 신민아 주연의 ‘디바’(조슬예 감독)는 개봉일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 영화

한국 관객들의 기대가 높았던 외화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9월 개봉을 공표했던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매튜 본 감독)는 내년 상반기에 다시 개봉을 준비한다. 올해 첫 디즈니 라이브 액션 영화로 많은 기대를 받았던 ‘뮬란’(니키 카로 감독)을 비롯해 마블 ‘뉴 뮤턴트’(조쉬 분 감독), 애니메이션 ‘마이 리틀 포니 : 레인보우 로드 트립’(제이슨 티에슨 감독) 등이 개봉을 미뤘다.

문제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란 점이다. 30일부터 본격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극장가의 암흑같은 시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처럼 보인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산 넘어 산이다. 코로나가 닥친 올 초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극장에 발길이 끊기니 영화로서 개봉 연기는 울며 겨자먹기 격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며 “코로나 확산세가 멈추지 않을 경우 추석 연휴까지 계속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다시 들이닥친 코로나 사태에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2020년 상반기 극장을 찾은 관객 수와 매출액은 2005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상반기 전체 극장 관객 수는 전년 대비 70.3%(7690만 명↓) 감소, 매출액 또한 70.6%(6569억 원↓) 감소했다. 7월부터는 ‘반도’ ‘강철비2: 정상회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여름을 겨냥한 블록버스터들도 연달아 선보였고 관객 역시 꾸준히 상승 그래프를 그리며 여름극장가도 활기를 찾는 듯 했다. 영화계는 이 기세를 이어가며 하반기 추석 대목을 앞두고 실적 반등을 기대했으나, 광복절인 지난 15일을 전후로 코로나19가 역습을 가하면서 영화계는 다시 한번 안갯속을 걷게 됐다.

현재 극장가는 연일 스케줄 조정에 정신이 없다. 추석 연휴 성수기를 앞뒀지만 대목은 커녕 개봉일을 변경하면서 언론시사회 등 모든 일정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닥쳤다. 한 관계자는 “개봉을 연기하면 추가적인 마케팅 비용이 발생한다. 본격적인 홍보 일정이 정해지기 전이라면 개봉 연기 고려가 가능할 수 있지만 이미 TV나 라디오 출연 등 홍보·마케팅을 마무리한 상황이라면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염려했다.

jay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