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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파베이 최지만(오른쪽)이 6일(한국시간) 펫코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뉴욕 양키스 게릿 콜을 상대로 홈런을 쏘아 올린 뒤 아다메스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샌디에이고(미 캘리포니아주) | USA투데이연합뉴스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천적’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낯선 구장, 떨리는 무대에서도 ‘빅G’ 최지만(29·탬파베이)은 메이저리그 최고 몸값 투수인 게릿 콜(뉴욕 양키스)의 고개를 떨어 뜨렸다.

비록 팀은 홈런 공방 끝에 3-9로 패했지만, 최지만은 역전홈런을 치고 결정적인 기회에서 고의4구를 얻어내는 등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 시켰다.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할 만한 활약이라 최지만의 기세가 탬파베이의 업셋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최지만은 6일(한국시간) 펫코파크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5전 3선승제) 1차전에서 1-2로 뒤진 4회말 무사 1루에서 콜이 던진 바깥쪽 낮은 포심 패스트볼(약 155㎞)을 밀어 2점 홈런을 터뜨렸다. 최지만이 포스트시즌에서 때려낸 두 번째 홈런이자, 올시즌 콜을 상대로 그려낸 세 번째 아치다. 최지만은 지난해 10월 8일 휴스턴과 ALDS 3차전에서 3-1로 앞선 3회초 잭 그레인키를 상대로 우월 홈런을 때려냈다. 상대팀 최고 에이스에게 2연속시즌 가을잔치에서 축포를 쏘아 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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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양키스 게릿 콜이 6일(한국시간) 펫코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탬파베이 최지만(왼쪽)에게 2점 홈런을 내준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샌디에이고(미 캘리포니아주) | USA투데이연합뉴스

4번타자 1루수로 선발출장한 최지만은 1회 첫 타석에서 힘이 잔뜩 들어간 탓에 내야 플라이로 돌아섰다. 그러나 4회 다시 찾아온 두 번째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선두타자 랜디 애로자레나의 우전 안타 뒤 타석에 들어선 최지만은 볼카운트 1-1에서 콜이 던진 포심 패스트볼을 결대로 밀어내 홈런을 터트렸다. 맞는 순간 홈런이라는 것을 직감할만큼 완벽한 타이밍으로 때렸다. 특유의 세리머니로 기쁨을 감추지 않은 최지만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콜의 천적이라는 것을 재확인했다. 최지만은 올시즌 콜을 상대로 7타수 5안타(2홈런) 4타점을 빼앗아내는 등 통산 12타수 8안타(3홈런)으로 매우 강했다. 포스트시즌을 포함해도 이날까지 19타수 10안타 타율 0.526에 홈런 네 방을 때려내는 괴력을 과시했다. 최지만은 “패스트볼을 노린 게 주효했다. (콜이) 평소에 잘 던지지 않던 커브를 던져 흔들렸지만, 편하게 타석에 들어서서 패스트볼을 노렸다”면서도 “투수 공에 집중하니 잘 맞은 것일 뿐, 콜에 강한 특별한 이유가 있지는 않다. 그는 좋은 투수”라고 자세를 낮췄다.

최지만의 무서움은 3-4로 뒤진 5회말 2사 1, 3루에서 더 도드라졌다. 전 타석에서 홈런을 내준 콜은 최지만에게 공 두 개를 어이없는 코스로 던졌다. 그러자 양키스 맷 블레이크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콜과 얘기를 나눈 뒤 고의4구 사인을 냈다. 천적에게 자존심을 세우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것을 양키스 벤치도, 콜도 인정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이 전략은 완벽히 들어 맞았다. 콜은 2사 만루에서 매뉴골 마르고에게 100마일짜리 패스트볼을 던져 삼진을 잡아냈다. 조용한 성격인 그 답지 않게 크게 포효해 ‘최거고’(최지만 거르고 마르고)가 최상의 선택이었다고 자위했다. 실제로 콜은 “최지만은 홈플레이트 위로 몰리는 공을 던지면 언제든 자기 역할을 한다”는 말로 상대성에서 열세를 면치 못한다는 것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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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파베이 최지만(오른쪽)이 6일(한국시간) 펫코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뉴욕 양키스 게릿 콜을 상대로 홈런을 쏘아 올린 뒤 승리의 V 세리머니를 하며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샌디에이고(미 캘리포니아주) | USA투데이연합뉴스

탬파베이 케빈 캐시 감독은 “최지만이 홈런을 때려냈을 때 콜을 무너뜨리는 결정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5회초 곧바로 홈런을 내줘 재역전을 허용한 게 우리가 기세를 잊지 못한 이유”라며 최지만의 홈런을 결승포로 만들지 못한 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최지만은 “오늘은 오늘이고, 내일은 또 새로운 날이다. 우리는 여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내일은 다른 방식으로 경기를 치러 반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팀 4번타자로서, 상대 에이스를 핀치로 몰아넣었다는 자부심을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 동력으로 전환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묻어났다.

ALDS 2차전은 같은 장소에서 7일 오전 9시10분 열린다. 양키스 선발은 21살의 우완 영건 데이비 가르시아다.시즌 3승2패 평균자책점 4.98을 기록했다. 예열을 끝낸 최지만의 방망이가 이번엔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이목이 집중된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