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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경기 전 만난 현영민(41) JTBC 축구해설위원은 “울까봐 걱정”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현 위원은 이동국과 20년지기 절친이다. 2001년 대표팀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이후 김은중 23세 이하 축구대표팀 코치, 박동혁 충남 아산 감독 등 1979년생 친구들과 함께 ‘이마발(이시대 마지막 발악)’ 모임을 만들어 친목을 다지고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공교롭게도 현 위원은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동국의 은퇴경기 중계를 맡았다. 올시즌 K리그1 마지막 중계 일정이었는데 하필이면 친구가 떠나는 길을 세세하게 관찰해야 했다. 경기 전 눈물 걱정을 한 이유였다. 현 위원은 “박동혁 감독이 은퇴할 때 저는 선수였다. 그때도 참 마음이 이상했는데 동국이까지 은퇴를 한다니 감정이 올라왔다. 친구들이 그만두는 모습을 보는 게 제 운명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현 위원은 경기에 집중해야 했다. 해설위원 본연의 임무도 잊을 수 없었다. 현 위원은 “선발로 나선다는 것을 듣고 걱정도 됐다. 저도 사람인지라 친구 편을 들어줄까 우려했다. 해설위원은 최대한 중립적으로 해설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치우치면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대구에게도 의미 있는 경기니까 객관적 입장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물론 마음으로는 친구의 활약을 기대했다. 현 위원은 “속으로는 동국이가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슛을 할 때마다, 그 슛이 벗어나거나 골키퍼 품에 안길 때마다 아쉬웠다. 골을 넣고 우승을 이끈 후 은퇴식을 치르면 더 의미가 크지 않았겠나. 그래도 슛도 원없이 했고, 좋은 경기를 한 것 같아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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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은퇴식을 지켜본 현 위원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따뜻했다. 모든 행사가 종료된 후에는 본인이 직접 이동국을 인터뷰했다.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은 두 사람은 마지막에 진한 포옹을 나눴다. 현 위원은 “인터뷰를 할 땐 만감이 교차했다. 늘 1년씩 계약을 연장했던 동국이가 은퇴한다는 사실이 실감이 안 났다. 울까봐 걱정을 정말 많이 했는데 다행히 울지 않았다. 너무 추워서 눈물이 안 났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한편으로 현 위원은 이동국의 성대한 은퇴경기, 은퇴식이 부럽기도 했다. 현 위원의 경우 지난 2018시즌 개막전에서 은퇴식을 치렀다. 2017시즌 종료 후 구단과 협의해 내린 결론이라 은퇴경기까지 갖지는 못했다. 현 위원은 “사실 굉장히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저렇게 우승을 하고 은퇴하는 선수가 또 나올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친구로서 저렇게 아름답게 떠나는 모습이 부러웠다. 동국이는 정말 대단한 선수이기도 하지만 복도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전북 구단이 준비를 많이 했더라. 행복하게 떠나는 것 같아 훈훈했다”라고 말했다.
경기 종료 후 현 위원은 잠시 이동국을 만나 축하를 건넸다. 짧은 시간이지만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친구에게 응원의 메시지도 보냈다. 현 위원은 “동국이가 이제 지도자 교육을 들어가기 때문에 끝나는 대로 친구들과 모이기로 했다”라면서 “그동안 고생 많이 했다. 앞으로 인간 이동국으로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어떤 일을 할지 모르겠지만 친구로서 늘 응원하고 힘을 보태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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