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두산, 3위로 준PO 직행
두산 선수단이 경기 후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경험은 무시 못한다.”

6연속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두산은 단기전 강자다. 두산 김태형 감독의 확고한 철학과 선수들의 경험이 쌓여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하고 컨디션 조절에 들어간 NC 조차 두산을 파트너로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 주축 대부분이 30대로 접어들었지만 찬바람만 불면 없던 집중력이 생긴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LG와 준플레이오프(준PO·3전 2선승제)를 앞두고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 단기전을 치르는 감각이 다들 살아있기 때문에 상대 팀도 우리를 껄끄러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포토]최원준의 머리 쓰다듬는 김태형 감독
두산 김태형 감독이 6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SK와 두산의 경기에서 SK에 승리한 뒤 선발투수 최원준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김 감독의 단기전 전략은 ‘좋은 선수만 쓴다’로 압축된다. 특히 마운드는 구위가 좋은 투수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뚝심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2015년과 2016년은 이현승이 사실상 홀로 뒷문을 책임졌고, 지난해에는 이용찬이 이 역할을 했다. 김 감독은 “단기전은 다음이 없는 승부다. 흐름이 왔다는 생각이 들면 마무리든 선발이든 승부처에 투입해 흐름을 잠그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력한 원투펀치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계산이다.

올해도 20승을 따낸 라울 알칸타라와 구위가 좋은 크리스 플렉센이 굳건해 마운드 계산이 수월한 편이다. 김 감독은 “유희관과 최원준이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지만, 준PO는 2전승제라 원-투펀치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펜은 마무리 이영하를 축으로 이승진 함덕주가 힘을 보탤 계획이다. 김 감독은 “(함)덕주는 (홍)건희와 함께 스윙맨으로 투입할 수도 있다. 단기전에는 정해진 보직을 지키는 게 무의미하다”고 다시 강조했다.

[포토] 오재일, 5회 득점 기회 만드는 안타
두산 오재일이 5회말 무사1루 우중간 안타를 친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선수들에게 따로 메시지를 전하지도 않았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알아서 잘 해줄 것으로 믿는다. 선수들이 스스로 분위기를 만들어야 진짜 강팀”이라고 밝혔다. 원년부터 형성된 전통도 두산 경험의 일부다. 그는 “베테랑을 중심으로 선수들끼리 ‘한 번 조여보자’고 의기투합하는 문화가 OB시절부터 있었다. 우리 선수들이 희한하게 이 전통을 그대로 보고 계승했다”고 자랑(?)했다.

실제로 선수들은 수은주가 떨어지기 시작할 때부터 스스로 뭉치기 시작했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 선발등판 기회를 잡은 최원준은 “(오)재일이 형이 먼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다른 팀에 비해 경험이 많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 기죽지 말고 즐겁게 붙어보자’는 말씀을 해주셨다. 선배들이 분위기를 만들어주시니 후배들은 부담을 조금 내려놓고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토] 허경민, 2회 또 안타
두산 허경민이 2회말 2사 우전안타를 친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5연속시즌 한국시리즈 진출을 경험한 허경민은 “훗날 후배들에게 자랑할만 한 기록”이라며 “이런 자부심을 더 크게 가질 수 있도록 매년 최고의 무대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수빈이 (박)건우와 ‘우리 많이 컸다’는 얘기를 한다. 20대 중반에 첫 우승을 경험한 우리가 어느덧 30대가 돼 베테랑 소리를 듣는다. 그 사이 쌓은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라고 말했다. 두산이 가을에 강한 이유를 “즐기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밝힌 허경민은 “너무 영광스러운 자리이고, 선택 받은 팀만 밟을 수 있는 무대인데 부담과 긴장 때문에 위축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선수단 분위기를 전했다.

허경민은 “포스트시즌에서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자기 플레이를 못한다면 그건 축제가 아니다. 잔치는 떠들썩해야 하고 즐거워야 한다.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무대라는 것을 준PO를 처음 치르는 후배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가을을 즐기는 노하우를 가진 것도 다른 팀은 갖지 않은 두산 만의 ‘경험’이다.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는 두산만의 뚝심이 ‘업셋 신화 재현’을 조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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