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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해외파와 국내파 태극전사가 어우러져 1년 만에 완전체를 지향하며 원정 A매치를 치르기 위해 오스트리아로 향한 축구국가대표 ‘벤투호’가 코로나19 습격을 받아 쑥대밭이 됐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예정된 A매치 2연전(멕시코·카타르전) 소화는 둘째치고 향후 확진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대한축구협회(KFA)는 현지 관공서 및 방역당국을 통해 후속 조치를 고려하고 있으나 하필 현지 업무시간이 아닌 주말에 사태가 불거지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벤투호 선수단 및 코치진은 오스트리아 출국 또는 선·후발대 최종 합류 72시간 전에 코로나19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았다. 왼쪽 풀백 김진수(알 나스르)를 제외하고 전원 음성 결과지를 받아 오스트리아로 향했다. 그리고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라 경기 이틀 전인 12일 오후 5시(이하 현지시간) 2차 검사를 시행했다. 그런데 뜻밖에 골키퍼 조현우(울산)를 비롯해 이동준(부산) 황인범(루빈 카잔) 권창훈(프라이부르크)과 스태프 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어 경기 당일인 14일 오전 8시에 음성 판정자를 대상으로 재검사를 받았는데 김문환(부산)과 나상호(성남)가 추가 확진자로 분류되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였다. 우선 소집 전 PCR 검사에서는 이들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고, 국내파들은 프로축구연맹 차원에서 시즌 두 번 검사를 받은 데 이어 소속팀에서도 하루 세 차례 체온체크 등 세심하게 관리를 받았다. 이를 두고 여러 방역 전문가들은 오스트리아 현지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우선 감염자가 특정 국가가 아닌 국내와 유럽 주요 국가에서 활동하는 선수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코로나 불확실성 탓에 이전 원정 A매치처럼 훈련장이나 숙소 등 대표팀이 지내야 하는 공간을 이르게 섭외하지 못하다 보니 훈련장에 다른 외부인도 자주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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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대한축구협회

다만 벤투호에 동행한 내과 전문의 김광준 박사는 감염 경로에 대해 섣부른 추측을 경계했다. 그는 KFA를 통해 “대표팀 내 코로나 감염경로는 불확실하다. (선수 및 스태프가) 합류 72시간 전에 코로나 검사를 마쳤기 때문에 잠복기를 거쳤을 수도 있다. 또 비행기 이동 중에 (감염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로서는 코로나 피해를 최소화하며 선수단 및 스태프 건강을 지키는 게 최우선이다. 애초 멕시코전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렸는데 FIFA 규정상 호스트(멕시코)와 개최국(오스트리아) 축구협회 결정에 따르게 돼 있다. 이들은 FIFA와 유럽축구연맹(UEFA) 규정 및 지난 10~11월 A매치 사례를 들어 경기 진행을 희망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출전 가능 선수(코로나 음성)가 13명 이상(골키퍼 1명 포함)일 경우 경기 진행이 가능하다. 벤투호는 양성 판정 6명을 제외하면 19명이 남는데, KFA는 제반 여건을 고려해 양 단체 뜻을 받아들여 멕시코전(2-3 패)을 실제 치렀다. 지난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A매치를 앞두고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으나 그를 제외하고 A매치는 정상적으로 열린 사례도 포함됐다. 17일 격돌하는 두 번째 상대 카타르도 축구협회 차원에서 예정된 일정을 소화할 뜻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벤투호 내 확진자 수가 많고 지금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KFA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사태가 악화하면 선수단이 모처럼 완전체를 꾸렸다가 현지에서 삼삼오오 갈려 별도 격리 생활을 하고, 치밀한 귀국작전을 꾸려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한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