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조현정기자] 연예매니지먼트와 콘텐츠제작을 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 iHQ(전 싸이더스)가 위태로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iHQ는 지난 11일 "당사 최대주주인 딜라이브와 특수 관계자인 딜라이브강남케이블티브이가 삼본전자 컨소시엄과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채권단(신한.하나은행)이 경영권 매각에 나선 iHQ의 대주주인 딜라이브(구 씨앤앰)의 인수합병(M&A)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iHQ의 분리 매각을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매각 규모가 1000억원에 달하고 인수를 타진한 원매자들이 여러 곳 있었는데도 iHQ채권단은 경쟁입찰을 거치지 않고 우선협상자를 선정해 사실상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인수주체가 엔터테인먼트 사업과는 관련이 없고 최근 M&A를 통해 몸집을 키워온 회사여서 인수의도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iHQ 인수를 추진하던 한 관계자는 "인수의향서를 제출했고 매각주관사에서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해서 준비중이었는데 공식 경쟁입찰 절차 없이 특정 기업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소문이 돌더니 수의계약으로 끝났다"며 "iHQ를 삼본전자 컨소시엄에 매각하기 위한 이사회에 참석한 한 고위 관계자에게도 이사회 개최 1시간 전에야 통보했다고 하더라. 매각가도 경영권 프리미엄없이 시가총액 수준에서 결정돼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선정됐는지도 모호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채권단이 iHQ 창업자이자 2대 주주인 정훈탁 대표와도 사전에 아무런 협의과정 없이 iHQ를 삼본전자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뒤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iHQ는 과거 전지현 송혜교 송중기 정우성 조인성 황정민 하정우 김혜수 공유 박보검 등을 배출한 '한류스타 사관학교'로 이름을 날렸다. 현재 코미디TV, 드라맥스 등 5개 케이블TV 채널을 보유하고 있고 드라마.음반 제작을 하며 배우 장혁 김하늘, 조보아 등이 소속돼 있다.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2011년), MBC '오로라공주'(2013) 등의 히트작을 잇달아 제작했지만 2015년 딜라이브가 인수한 이후 성과있는 작품을 내놓지 못했다. 과거 벌어둔 자금과 자회사였던 큐브엔터테인먼트 매각 대금 약 889억원(9월말 기준)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3.4분기 매출액은 180억원, 영업손실은 17억원이다.


iHQ는 그동안 코오롱그룹을 시작으로 YTN계열, SK텔레콤계열사를 비롯해 현재 모회사인 딜라이브의 대주주인 사모펀드운용사 MBK파트너스. 맥쿼리 등컨소시엄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손바뀜'이 일어났다.


iHQ의 새 주인이 될 삼본전자는 이어폰과 헤드폰.블루투스 기기 제조업체로 최근 M&A시장에서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8월 게임제작사 하루엔터테인먼트, 지난달에는 관계사 필룩스와 함께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을 소유한 서울미라마를 인수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과는 무관한 단순 제조업체이자 최근 공격적인 M&A를 펼쳐온 삼본전자가 iHQ의 새로운 주인으로 떠오르자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삼본전자는 실질적으로는 계열사인 조명기업 필룩스의 배상윤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한다. 삼본전자의 최대주주가 클로이블루조합이고 클로이블루조합의 최대주주는 프레스코2호조합이며 두 조합의 조합원들이 배 회장에게 의결권을 위임해 실질적인 의사 결정자가 배 회장이기 때문이다.


◇삼본전자 관계자 재무제표


삼본전자 (2018.8. 인수 ) (단위 억원)


구 분

2017.12.31

2019.12.31

2020.9.30

비 고

자 산

875

1,744

1,878

( 현금성자산 )

(546)

(150)

(260)

현금성자산 급감

부 채

48

487

458

부채 급증

( 전환사채 )

-

(262)

(328)

전환사채 급증

매 출

472

368

123

매출감소

영업이익

25

-28

-54

적자 전환

당기순이익

28

0.7

-50

적자 전환


장원테크 (2019.1. 인수 )


구 분

2018.12.31.

2019.12.31.

2020.9.30

비 고

자 산

625

1,383

1,413

부 채

53

763

1,113

부채 급증

( 전환사채 )

-

(650)

(347)

전환사채 급증

매 출

281

202

83

매출 급감

영업이익

46

-34

-48

적자 전환

당기순이익

77

-4

-549

대규모 적자전환


이엑스티 (2019.2. 인수 )


구 분

2018.12.31.

2019.12.31.

2020.9.30

비 고

자 산

463

1,015

1,211

부 채

62

585

299

부채 급증

( 전환사채 )

-

(357)

(180)

전환사채 급증

매 출

386

314

335

매출 감소

영업이익

37

40

29

당기순이익

34

-25

-95

적자 전환


배 회장은 지난 2018년 8월 자본잠식된 케이에이치블루홀딩스 명의로 144억원을 차입해 6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한 삼본전자를 인수했다. 차입금으로 인수한 삼본전자를 활용해 이례적으로 단기간에 장원테크, 이엑스티, 필룩스를 차례로 인수해왔다. 삼본전자, 장원테크, 이엑스트는 모두 인수 직후 2000원에서 7500원대까지 주가 급등 후 급락, 수백억원의 전환사채 발행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주가 급등락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이 손실을 본 건 물론, 회사는 단기성 부채가 급증했고 갑작스런 대규모 적자 전환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반복적으로 보였다.



실제로 2018년 필룩스가 바이오산업에 진출한다는 발표에 주가가 2000원대에서 2개월 만에 3만원대까지 15배 급등하는 과정에서 필룩스는 최소 35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거둔 반면 개미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어 배 회장을 필룩스 주가조작의 주범으로 처벌해 달라는 소액주주들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과거 배 회장은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필룩스 재무제표 (단위 억원)


구 분

2017.12.31

2018.12.31

2019.12.31

비 고

자 산

1,346

2,697

3,877

부 채

696

1,234

1,305

부채 급증

( 전환사채 )

(188)

(651)

(380)

전환사채 급증

매 출

644

675

862

영업이익

74

22

18

영업이익 감소

당기순이익

35

-34

-81

적자 전환


필룩스는 현재 기존 주식수의 50%를 추가로 늘려 13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자금을 기존 주주를 상대로 조달하려고 하고 있다. 700억원의 전환사채를 상환하고, 하얏트호텔 인수대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본연의 사업과는 상관없는 하얏트호텔을 인수하면서 생긴 거액의 빚을 소액주주에게 전가하고 있는 셈이다. 삼본전자컨소시엄이 iHQ를 인수하는 이유도 회사에 유보된 890억원 가량의 현금을 하얏트호텔 인수대금으로 쓰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 M&A 전문가는 "남의 자본으로 회사를 인수하는 무자본 M&A는 필연적으로 시세조종에 따른 소액주주의 피해와 함께 대규모의 사채 발행 또는 유상증자, 불합리한 회사의 자본 유출 등으로 기업가치가 훼손된다"며 "iHQ는 대주주 지분율이 높고 약 9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한 우량기업이라는 측면에서 무자본 M&A 세력의 타겟이 되기 쉽다"고 우려했다.


회사의 매각소식에 이어 인수대상자인 삼본전자컨소시엄에 대해 언론보도로 접한 iHQ 임직원들과 회사에 애착이 많은 소속 배우들도 심란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iHQ의 한 직원은 "우리 회사 임직원들은 최고의 미디어 기업을 만들겠다는 자부심으로 지금까지 희생하며 일해왔고 이제는 제대로 된 주인을 찾고 싶은데 엔터테인먼트와 관련 없는 M&A 전문회사인 삼본전자가 들어온다니 그동안 삼본전자가 인수했던 회사들처럼 될까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 회사는 매니지먼트사에 머물지 않고 제작비를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기간산업이다. 미디어채널은 하나 키우기가 쉽지 않고 한번 망가지면 회생이 어려워 경영성과가 뚜렷하거나 자본이 많은 기업이 비전을 갖고 들어오기를 간절히 희망했다"면서 "채권단이 충분히 고민해서 탄탄하고 검증된 회사에 우리 회사를 맡기는 게 순리일 텐데 빨리 매각하고 싶어서 매각협상이 진행된 것 같아 그 부분이 너무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삼본전자 측은 스포츠서울 보도와 관련 "삼본전자 컨소시엄은 IHQ에 유보된 890억원의 현금을 햐얏트 호텔 인수대금으로 사용할 계획이 전혀 없다. IHQ의 미디어, 엔터 사업에 추가 투자를 검토 중에 있다"면서 "삼본전자는 2018년 7월 이미 사업목적에 엔터 관련 사업을 추가하는 등, 오래전부터 엔터 및 콘텐츠 사업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iHQ 인수를 통해 당초 계획중이던 엔터 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26일 밝혔다.


한편 매각을 진행중인 딜라이브 예비입찰은 정식 매각절차를 거쳐 이동통신사인 KT가 단독으로 인수의향을 밝힌 상태로, KT는 딜라이브 인수가격으로 7500억원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hjch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