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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마술의 신기함과 트릭이 마술사의 노력을 감춰 안타까워요.”
20년여 시간을 마술과 함께한 마술사 겸 유튜버 니키(34·본명 양희준)의 탄식이다. 마술은 오랜 시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아왔다. 1980~90년대 한 때 이스라엘 마술사 유리 겔라가 숟가락을 구부리는 등 여러 마술을 통해 ‘초능력자’로 명성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다양해지는 매체의 발전으로 마술의 트릭이 밝혀지고 즐길 수 있는 쇼가 된 지금, 대중은 더는 마술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대중에게 보여지는 쇼에 비해 마술사들의 노력이 빛을 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니키는 그런 현실을 바꾸고자 노력하고 있다. 채널 ‘NICKY니키’로 꾸준히 활동 중인 그는 12월 현재 60만명에 가까운 구독자들과 소통하며 마술 문화를 바꾸고 있다. 니키는 유튜브와 그의 회사 ‘니키아티브’ 운영으로 마술의 대중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마술사로서 무대가 아닌 영상으로 마술을 보여주며 활동하고 있다.마술사들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는 게 생각보다 힘들다. 역사상 각 나라를 대표하는 마술사는 1~2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이은결, 최현우 등 두 선배가 존재한다. 우리 같은 신예들은 선배들이 앞서 거둔 성과를 똑같이 거두더라도 주목을 받기 쉽지 않다. TV 같은 매체에서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 수 있는 무대가 더 많은 해외로 눈을 돌렸지만 내가 활약하기 힘들겠더라. 마술 특성상 한 번 보여주면 다른 것을 보여줘야 한다. 관객층도 고정되어있어 매번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국내에서 활동할 방법을 찾았다. 지난 2015년부터 유튜브를 통한 인터넷 방송을 택했다. 당시에는 유튜브가 지금처럼 이용층이 많지 않고 아프리카TV나 페이스북이 더 인정받을 때였다.
직업 특성상 공연도 해야해 일정의 변동성도 있어 고민했다. 그러나 유튜브는 미리 촬영, 편집하면 시청자들과 약속한 시간에 꾸준히 업로드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팀원과 회의를 거쳐 유튜브 활동을 시작했다. 그게 ‘신의 한 수’였다. 만약 유튜브가 아니라 다른 플랫폼을 택했더라면 지금처럼 이렇게 활동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마술을 보여주고 관련 도구 매출로 회사가 급성장했다. 어떤 방향으로 운영 중인가.사실 그동안 마술 도구는 불친절했다. 우리가 시작한 초기에는 마술을 배우고 싶어 도구를 구입해도 직접 시연을 하기까지 강의 영상도 친절하지 못했다. 원래부터 ‘마술의 대중화’를 외친 우리는 직접 마술 도구의 특성을 현대적으로 바꾸는 작업을 했다. 니키아티브에서 출고하는 방식은 ‘마술의 대중화’이면서도 ‘마술의 현대화’이기도 하다. 마술사 하면 연미복 또는 정장 입은 모습을 떠올린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대중에게 보여주는 이미지가 크게 다를 게 없다. 요즘 배우나 가수를 보면 얼마나 멋진가. 마술사들도 그런 점을 더 보완하면 마술이 더 대중성을 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기존 이미지를 깨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연미복이나 정장을 입지 않고 공연한다. 출시하는 도구들도 미니멀하고 현대적이어서 대중이 일상에서 봤을 법한 것들로 출시했다. 마술 도구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를 제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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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마술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를 어떻게 바꾸고 싶은가.
마술의 컨벤션화를 이루고 싶다. 마술사들에게만 선보이는 갈라쇼가 있는데, 그곳에 가면 프로부터 수십 년 마술한 마니아들도 있다. 무대 위에서 마술사의 공연을 보면 관객석을 채운 그들은 일반 관객처럼 환호하고 손뼉친다. 마술사의 트릭을 몰라서 놀라는 게 아니다. 그의 마술이 완성될 때까지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는 것이다. 마술의 가장 취약점은 눈으로 보여지는 신기함과 트릭이 마술사의 노력을 감춘다는 거다. 저글링이나 노래, 연기 등은 겉으로 봐도 노력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런데 마술은 그렇지 않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마술은 모르고 있을 때보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또 다른 변수가 나타났을 때 더 신기한 법이다. 21세기 유튜브 플랫폼에 마술이 자리 잡은 지금 자세하진 않더라도 누구나 기본적인 마술은 알 수 있다. 더는 마술사들이 트릭을 감춰서는 안 된다. 그래서 나는 대중에게 마술 기술을 공개하고 있다. 누구나 마술 재료를 구매해서 열흘 정도만 연습하면 양로원에서 공연하는 마술사가 된다. 마술이 가진 힘은 그만큼 강하다. 다만 대중이 어느 정도 마술을 알고 즐겨서 분별력을 갖출 수 있다면 실력을 갖춘 진짜 마술사들만 살아남을 수 있다.
-‘매직 페이커’라는 콘텐츠가 마술 문화를 바꾸기 위한 일환인가.내가 많이 활동하고 동경했던 곳이 무대라 항상 그립다. 다만 나 또한 기존 마술사들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전에 보여줬던 마술을 하기가 부끄러웠다. 그래서 마술을 보여주는 방법을 ‘매직 페이커’라는 콘텐츠로 바꿨다. ‘매직 페이커’는 마술을 통한 트릭으로 타 분야의 전문가에게 도전하는 내용을 다룬다. 여기에는 메시지가 담겼다. 영상을 보면 너무 이기고 싶어 하는 모습 탓에 메시지가 보이지 않아 속상하지만 ‘불가능은 없다’를 표현하고 싶었다. 일반인이 한 분야의 전문가와 대결해서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나 같은 마술사도 여러 방식으로 이길 방법을 찾고 시도한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영상에서 ‘솔직히 못 이길 것 같다’ ‘와 이 사람을 이겨야 한다고’ 등의 대사를 한다. 그럼에도 영상에서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것은 ‘우리 국민이 포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 희망적인 일을 꿈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출했다.
-마술사, 회사대표, 채널 운영자로서 목표는 뭔가.‘마술사하면 돈을 못 번다’는 인식을 바꾸고 싶다. 최근 동료 마술사들과 얘기하면서 슬펐던 게 ‘네 딸이 마술사와 결혼한다면?’이라고 물으면 열이면 열 모두 반대한다. 정말 대단하고 실력 있는 친구들이지만 결과는 이렇다. 결국 마술사는 ‘돈을 벌지 못한다’는 인식이 깔린 탓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힙합의 위상은 지금과 달랐다. 하지만 좋지 못한 평가를 극복한 대표적인 장르로 탈바꿈했다.
결국 우리는 ‘마술사 중에서도 잘 먹고 잘사는 사람도 있어, 마술을 업으로 살아도 충분히 먹고사는 데 지장 없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마술사는 촌스럽고, 유치하고, 사기 치지만 유쾌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우리는 마술이 사기가 아니라고 절대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마술사들이 예전보다 유연하게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다.
puri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