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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턴=스포츠서울 고건우통신원·김용일기자] 2연패보다 더 뼈아픈 건 ‘해리 케인 없이 이기는 법’을 찾지 못한 것이다. 덩달아 올시즌 케인과 찰떡호흡을 자랑하며 ‘커리어 하이’를 바라보는 손흥민에게도 여러 고민을 안겼다.
손흥민이 최전방 원톱으로 선발 출격한 토트넘은 1일(한국시간) 영국 브라이턴 아멕스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이턴과 2020~2021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1라운드 원정에서 0-1 충격패했다. 직전 리버풀과 20라운드 홈경기에서 1-3로 완패한 토트넘은 2연패 늪에 빠지면서 승점 33(9승6무5패)으로 6위에 머물렀다. 강등권 추락을 걱정하는 17위 브라이턴(승점 21)에 덜미를 잡혀 충격이 더했다. 더구나 브라이턴은 이전까지 올 시즌 홈에서 치른 10경기에서 무승(6무4패) 부진에 시달렸다. 토트넘을 상대로 안방에서 첫 승리를 따냈다.
주제 무리뉴 감독은 브라이턴의 3-5-2 포메이션에 맞서 스리백 카드를 꺼내 들었다. 손흥민을 예상대로 원톱에 두고 개러스 베일과 스티븐 베르바인을 공격 삼각 편대로 포진했다. 하지만 초반부터 브라이턴이 내려서지 않고 강하게 몰아붙였고, 토트넘은 후방 빌드업에서 잦은 실수를 범하며 위기에 빠졌다. 결국 전반 16분 만에 레안드로 트로사르에게 선제 결승골을 얻어맞았다. 토트넘은 전반에 단 1개의 유효슛도 시도하지 못했고 슛 수에서도 1-9로 크게 뒤졌다. 후반 들어 무리뉴 감독은 센터백 다빈손 산체스를 빼고 장신 공격수 카를로스 비니시우스를 투입하며 포백으로 돌아섰지만 끝내 동점골 사냥엔 실패했다.
정확하게 1년 전인 2019~2020시즌 후반기에 손흥민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케인 대신 원톱을 소화한 적이 있다. 당시 리그와 FA컵을 통틀어 공식전 5경기 연속골(6골)을 집어넣었다. 연속골 마지막 경기였던 애스턴빌라전(지난해 2월16일)에서 오른팔 재골절 부상으로 쓰러지긴 했지만 케인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하지만 케인이 빠졌던 지난 리버풀전 후반전부터 브라이턴전 90분까지의 모습은 정반대다. 손흥민은 브라이턴전에서 슛 2개에 그쳤고 그 중 유효 슛은 1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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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무리뉴 감독이 상대 스리백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도 있었지만 후방에서 공격으로 나아가는 속도와 질이 이전보다 크게 떨어졌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조력자의 차이’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당시 델레 알리가 일정 수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손흥민을 뒷받침했고, 지오바니 로 셀소 등이 2선의 동력 구실을 했다. 다만 올 시즌엔 알리가 사실상 ‘전력 외’로 구분되면서 케인이 2선 지역으로 내려와 플레이메이커 같은 구실을 하면서 손흥민과 EPL에서만 13골을 합작했다.
그런 가운데 케인이 빠지자 토트넘 공격은 나사가 빠진 듯 좀처럼 맞물리지 않고 있다. 후반 비니시우스와 루카스 모우라, 에락 라멜라 등 교체 명단에 포함된 공격수가 총출동했지만 이렇다 할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내심 케인의 대체자 노릇을 해주기를 바랐던 베일은 여전히 무기력했다. 설상가상 케인의 분전 속에서 2선의 핵심 구실을 해온 탕귀 은돔벨레는 부상으로 라멜라와 교체됐다.
최소한 다음 경기 희망을 읽을만한 경기력을 보였어야 했는데 답답한 90분만 보낸 토트넘이다. 특히 토트넘은 브라이턴전을 시작으로 2월에만 리그와 유로파리그, FA컵 등 공식전 9경기나 치러야 한다. 그나마 고무적인 건 케인의 부상이 예상보다 심각하지 않다는 점이다. 애초 현지 언론은 케인의 복귀까지 6주를 예상했다. 그러나 ‘풋볼런던’ 등 일부 현지 언론은 케인의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면서 2주 뒤인 14일 맨체스터 시티와 24라운드에서 복귀를 전망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