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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스포츠서울 문상열전문기자] 지난 6일 2020시즌 내셔널리그 사영상 수상자 트레버 바우어(30)의 LA 다저스 행은 미국 스포츠계를 강타했다. 계약이 성사 단계였던 뉴욕 메츠와 오프시즌 다저스 독주에 제동을 걸었던 샌디에고 파드레스는 닭쫓던 개 지붕쳐다 본 격이 됐다.
특히 메츠로서는 뼈아프다. 12시간 사이에 상황이 돌변했기 때문이다. 전체 연봉액은 메츠가 더 높다. 다저스는 3년 보장액 1억200만 달러(1145억9700만 원)다. 메츠는 총액 1억500만 달러(1179억6750만 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츠 역시 2021, 2022시즌 후 프리에이전트가 될 수 있는 옵트아웃이 포함돼 있다. 물론 다저스는 로스앤젤레스 고향팀으로 바우어에게 더 매력적일 수는 있다. 그러나 미국 프로 선수들은 현역 말년이 아니면 돈을 쫓는 게 그동안의 역사다.
메츠는 전략적인 접근에서 다저스 앤드류 프리드먼 야구단 사장에게 패했다. 메츠는 2021년 연봉 4000만 달러, 2022년 3500만 달러, 3년째인 2023년은 3000만 달러를 제시했다. 다저스는 2021, 2022년 4000만 달러, 4500만 달러로 미국 스포츠 최고액을 보장했다. 2023년은 1700만 달러다. 2022시즌 후 옵트아웃으로 FA가 된다는 것은 뻔한 일이다. 월드시리즈 2연패를 노리는 다저스 프런트의 과감한 결단이 돋보였다.
바우어의 계약은 큰 파장을 낳고 있다. 바우어의 2021년 연봉 4000만 달러는 7일 현재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볼티모어 올리올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40인 로스터 팀연봉보다 많은 액수다. 피츠버그 3000만 달러, 볼티모어 3400만 달러, 클리블랜드 3700만 달러다. 다저스의 2021년 연봉이 2억4000만 달러가 넘는다. 최하위 피츠버그 팀연봉보다 무려 2억1000만 달러가 더 많다. 역대로 이런 불균형이 없었다. 2000년대 대어급 FA를 끌어 모았던 뉴욕 양키스는 명함을 내밀 수가 없을 정도다.
다저스 2021년 고액연봉자를 보면 7명이 1600만 달러가 넘는다. 바우어 4000만 달러, 데이비드 프라이스 3200만 달러, 클레이튼 커쇼 3100만 달러, 외야수 무키 베츠 2290만 달러, 마무리 켄리 잰슨 2000만 달러, 외야수 AJ 폴락 1800만 달러, 코디 벨린저 1610만 달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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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는 2015년 팀연봉이 2억9800만 달러였다. 당시 사치세 4360만 달러를 MLB에 냈다. 2021년 현재는 2억4000만 달러로 사치세가 720만 달러다. 2015년과 견주면 약과다. 월드시리즈 2연패 고지가 보이는 상황에서 이 정도 감수는 당연하다고 본 셈이다.
MLB는 2021년 12월1일 현 노사단체협약이 종료된다.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연봉도 협상 대상에 오를 게 뻔하다. 4대 메이저 종목 가운데 연봉상한제(샐러리캡)을 도입하지 않고 있는 곳은 MLB뿐이다. 다른 리그는 연봉상한선이 강력하다. NHL은 2004-2005 한 시즌을 통째로 구단주들이 직장폐쇄로 막아 연봉 상한 뜻을 관철하기도 했다.
NFL의 경우 피츠버그 스틸러스 쿼터백 벤 로슬리스버거와 뉴올리언스 세인츠 드류 브리스는 팀 연봉상한선이 넘게 되자 2021년 연봉을 대폭 줄이는데 동의했다. 두 쿼터백은 슈퍼볼 우승을 이끈 레전더리들이다. 팀을 위해 개인을 희생했다. NBA는 연봉상한선이 무너지면 5차례 우승을 거둔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같은 스몰마켓은 설땅이 없다.
바우어의 계약은 기록적인 면에서 화제를 뿌리고 있으나 리그 자체는 혼돈에 빠져 있다.
moonsy10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