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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저는 빨간색을 가장 좋아합니다. 눈썰미 있는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제 몸에는 늘 빨간색이 어딘가에는 있어요.”
운명이라고 해야할까. SK를 인수해 KBO리그에 신규 입성하는 신세계의 시간이 어쩐지 추신수(39)를 향해 흘러가는 인상이다. 추신수는 신세계그룹과 SK가 구단 매각, 매입 계약을 체결한 지난달 23일 KBO리그 복귀를 알렸다. 신세계가 영입한 선수 1호로 구단 역사에 굵직한 이정표 하나를 세웠다. 경남 창원에서 자가격리 중인 추신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부와 신세계가 제공한 물품 덕분에 슬기로운 자가생활을 하고 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음성채팅형식으로 이뤄지는 SNS 클럽하우스에 깜짝 등판해 새 구단에 관한 다양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SK 팬들이 반길만 한 소식도 있었는데, 이마트 상징색인 노란색 대신 SK 고유의 색상인 빨간색을 유니폼에 적용하겠다는 얘기였다. ‘왕조’를 구축한 SK의 DNA를 이어가겠다는 그룹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정 부회장의 ‘빨간색 유니폼’ 얘기는 수 년전 추신수와 나눈 대화를 떠올리게 했다. 추신수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 빨간색이다.
당시 추신수는 “파란색 유니폼을 입는 날에도 배팅장갑 등을 빨간색으로 선택할만큼 가장 좋아하는 색상”이라고 말했다. 빨간색은 SK선수와 팬들뿐만 아니라 추신수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색상이 됐다. 우연으로 지나치기에는 의미를 부여할만 한 요소가 꽤 많은 셈이다.
정 부회장은 문학구장에 스타벅스와 노브랜드버거 등 자사 식음료 매장을 입점시키기로 했고, 스타필드를 조성 중인 인천 청라지구에 돔구장 건립을 구상 중이라는 점도 공개했다. 돔구장은 해결해야 하는 법령이 많아 그룹 차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하는 만큼 당장 실행에 옮기기는 어렵다. 그러나 구단주가 직접 돔구장 건립 의지를 드러내며 “유통업자가 야구계에 입성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돔구장이 포함된 복합 문화 스포츠단지 조성을 위해 해외 사례를 많이 참고했다”고 강조했다.
추신수는 비지니스 스포츠의 정점에 있는 메이저리그를 직접 경험해 선수단뿐만 아니라 구단 운영, 마케팅 등에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는 산증인이다. ‘용진이 형’과 ‘추추트레인’의 콜라보레이션이 선진 스포츠마케팅에 관한 이해도가 높은 와이번스 프런트와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신세계 구단을 향한 다른팀 선수들의 경계심도 추신수가 시작과 끝이다. KIA 이범호 퓨처스총괄코치는 “야구를 대하는 열정과 마인드, 준비자세 등은 특히 SK 젊은 선수들에게 큰 귀감이 될 것”이라며 “추신수의 진지함과 성실함이 선수단에 자연스레 녹아들면, 상당히 무서운 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추신수는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까지 갖춰야만 밟을 수 있는 메이저리그에서 클럽하우스 리더로 자리매김한 선수다. 그 존재감만으로도 팀에 끼칠 영향력이 상상 이상이라는 게 베테랑 선수와 코치들의 공통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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