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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스포츠서울 문상열전문기자] KBO리그에서 야수의 투수 출장이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17일(한국 시간) 김하성이 대타로 출장한 LA 다저스-샌디에이고 파드레스전에서 연장 12회 내야수 크로넨워스가 마운드에 구원등판하는 장면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팬들은 이 경기에서 샌디에이고 제이시 팅글러 감독이 연장 12회 말 왜 2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를 투수로 기용했는지를 알고 있다. 승부는 기울어졌고, 샌디에이고 불펜에 투수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샌디에이고는 6-6 동점이던 연장 12회 팀의 8번째 투수인 팀 린이 5실점하며 승기를 넘겨준 뒤 아홉번째 투수로 크로넨워스를 올렸다.
시즌 첫 다저스-파드레스전은 연장 12회 말에 깔끔하지 못했지만 팬들의 기억에 남을 승부였다. 한 경기를 통해 올 시즌 두 팀이 어떻게 라이벌전을 치를지도 예상되는 종합판이었다. 경기 후 전문가들과 언론관계자들도 호평 일색이었다. 2루수를 투수로 기용했다고 비난하는 전문가와 글은 없었다.
국내팬들도 크로넨워스를 읽히 알고 있을 터다.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새로 영입된 김하성과 2루수 경쟁을 할 후보로 국내에 보도됐다. 그는 미시건 대학 시절 투수로도 활동했다. 코칭스태프는 마운드에서 전력투구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끝난 승부에서 공연히 전력투구를 했다가 팔꿈치라도 다치면 팀에 큰 마이너스이기 때문이다. 전력투구가 아니었지만 직구 구속이 87마일(140km)이 측정됐다.
크로넨워스처럼 막판에 야수가 등판해 경기를 끝내는 투수를 ‘맙업 피처’ 또는 ‘맙업 맨(Mop-up Man)’이라고 한다. 맙(mop)은 대걸레로 닦다, 맙업(mop-up)은 일 등을 마무리한다는 뜻이다. 야구에서는 승패가 완전히 기울어졌을 때 나오는 투수를 일컫는다. 투수가 나오는 경우도 있고 야수가 등판하기도 한다. 야수 등판은 다음 경기에 대비한 불펜진을 아끼는 조치다. KBO리그에서는 생소하다. MLB에서는 종종 나오는 상황이다. 야수가 맙업 맨으로 등판해 팔꿈치를 다친 경우도 있다. 호세 칸세코는 1993년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보스턴 레드삭스와 승부가 기울어진 상황에서 맘업 맨을 자청했다가 팔꿈치를 다쳐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17일 MLB에서는 2명의 야수가 맙업 맨으로 등판했다. 파드레스 제이크 크로넨워스와 미네소타 트윈스 유틸리티맨 윌리안스 아스투디요다. 승부를 돌이킬 수 없었던 방편이다. 미네소타 트윈스-LA 에인절스전은 10-3으로 끝났다. 아스투디요는 8회 말 1이닝 3타자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다저스가 연장 12회 11-6으로 이긴 경기에서 2루수 크로넨워스는 0.2이닝 1안타 1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크로넨워스가 등판할 때 노히트 노런을 작성한 투수 조 머스그로브는 좌익수 수비를 맡는 촌극이 벌어졌다.
야구는 장기레이스다. 162경기, 144경기 일정을 소화하다보면 예상치못한 일이 벌어진다. 대량실점을 하는 입장에서는 참사다. 엔트리는 26명이 정해져 있다. 선발투수는 플레이오프 타이밍이 아니면 불펜투수로 활용할 수가 없다. 맙업 맨은 고육지책이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강팀도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 2019년 류현진과 배터리를 이뤘던 러셀 마틴은 이 해 4차례나 맙업 맨으로 등판했다.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s not over, till it’s over.)는 명언이 가끔은 오해를 빚게 만든다. 경기 후반 10점 차로 뒤져 있으면 뒤집을 수 없다. 끝날 때는 끝난 경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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