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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54)은 지난달 21일 외야수 박건우(31)를 2군으로 강등시켰다. 10일이 지난 뒤 1일 1군으로 복귀시켰다. 부상도 없었지만, 불성실하다는 이유였다.
만약 미국 프로야구(마이너리그 포함)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선수노조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감독의 독재적이고 독선적인 행동에 비난 성명을 낸다. 후폭풍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감독은 신이 아니다. 그라운드의 주인공은 선수라는 개념이 확고하다. 감독과 선수의 몸값 차이에서 승리기여도는 이미 드러난다.
지난 5월 13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루키 에르민 메세데스는 미네소타 트윈스전에서 홈런을 쳤다. 볼카운트 3-0이었고 벤치는 스윙하지 마라고 사인을 냈다. 상대는 맘업맴으로 등판한 야수였다. 그러나 메네데스는 사인을 무시하고 스윙해 담장을 넘겼다. 그러자 화이트삭스 명예의 전당 멤버인 토니 라루사 감독은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야구다”라며 소속 팀 선수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2019시즌 후 은퇴한 전 뉴욕 양키스 좌완 CC 사바시아가 라루사 감독을 비난했다. 그는 SNS와 팻캐스트를 통해 F단어까지 써가며 라루사 감독을 통렬하게 비난했다. 올드스쿨 감독으로 다시 현장에 돌아와서는 안될 인물이라고 규정했다. 선수를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는다는 게 요지였다. 미국 스포츠의 올드스쿨 이미지는 다소 독선적이고 강압적인 면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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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국에서는 아무렇지도 않다. 감독의 그런 행위를 당연하게 받아 들인다. KBO리그 감독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감독이 되면 완성된 인격체쯤으로 안다. 반면 선수는 인격이 덜 성숙했다는 판단이 강하다. 하지만 감독은 선수보다 일찍 태어나 야구를 먼저 했을 뿐이다. 사령탑이 되기 전 노름으로 거액을 탕진하고 계약금으로 빚을 갚은 감독도 있었다. 감독과 인격은 실제로 별개다. 오히려 선수의 인격이 더 훌륭할 수도 있다.
KBO리그로 국한해서 보자. 감독을 역임한 원로 야구인들이 야구로 쌓은 부의 일부분이라도 자선단체나 불우한 이웃에 기부를 한 적이 있는가. 이팀 저팀 옮기면서 받은 감독 계약금은 수 억 원이 넘는다. 그러나 어느 누구 한 명 기부금을 쾌척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없다. 올드스쿨 감독은 기부금을 내면 큰 일이라도 나는 것일까. 반면 요즘 신세대 선수들은 프리에이전트 대박 계약을 하면 큰 돈을 성금으로 쾌척하는 경우가 흔하다.
김태형 감독은 야구계에서 매우 독선적인 인물로 통한다. 클럽하우스나 더그아웃에서 선수들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욕설을 해가며 비난한다. 그러나 그의 지도력에 시비를 걸지 못한다. 한국시리즈 3회 우승과 KBO리그 사상 최초의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룬 업적 때문이다.
소속 팀 선수인 박건우의 2군행에 대해서도 주변에서 시비는 없었다. 그런데 박건우의 불성실한 태도가 문제였다면 둘이 비공개로 얘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선수단에 경고 메시지를 띄우기 위해 공개적으로 선수에 낙인을 찍었다. 또한 복귀 후 언론의 ‘속죄’라는 단어도 우습다. 박건우가 무슨 죄인인가. 감독이 마이크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정확한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박건우의 반론권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한국에서는 은퇴 후에도 선수가 자신의 감독을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발언 후 후폭풍으로 바보 취급받는 풍토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세월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김태형 감독의 행위도 훗날 구시대의 유물로 기록될 여지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