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제이, 민스코
라이브 커머스 시장을 이끄는 레페리의 레오제이, 전찬미 유통영업 팀장, 민스코(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용수기자 purin@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이용수기자] 중국의 왕홍(유명 크리에이터)이 라이브 커머스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처럼 국내 시장에서도 크리에이터들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중국의 왕홍은 하나의 산업으로 표현해도 될 정도로 최근 라이브 커머스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왕홍 중 상위 10위 내에 포진한 이들이 올리는 총매출만 11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많은 소비자의 구매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서비스가 급성장하면서 국내에서도 라이브 커머스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뷰티 크리에이터 전문 MCN 회사인 ‘레페리’는 전찬미 유통영업 팀장을 중심으로 영상 크리에이터 민스코(30·본명 곽민선), 레오제이(29·본명 정성규)와 함께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시작부터 레페리와 함께한 민스코와 레오제이는 라이브 커머스라는 전문 영역에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레오제이, 민스코
라이브 커머스 시장을 이끄는 레페리의 레오제이, 전찬미 유통영업 팀장, 민스코(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용수기자 purin@sportsseoul.com

◇中 왕홍의 성공 이유, 韓 시장의 성장 가능성

‘13억 인구’의 중국 뷰티 산업 규모는 8620억 위안(약 156조원·2020년 기준)에 달한다. 엄청난 규모의 산업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트렌드를 선도하는 왕홍들이 말 한마디로 쥐락펴락한다. 중국 소비자들이 왕홍에 집중하는 것은 내수 산업에 너무 많은 가품이 유통되고 있는 탓이다. 라이브 커머스 부문을 맡은 전찬미 팀장은 “왕홍이 추천하는 제품은 진품을 보장하기에 (소비자들이) 믿을 수 있는 채널을 강박적으로 찾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국내 뷰티 시장(16조원·2019년 기준)은 중국 시장의 1/10 수준이다. 규모와 상황 등 조건이 다르기에 대륙에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국내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소셜 커머스에서 콘텐츠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레페리는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 있는 소셜 커머스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실 레페리의 최인석 대표가 앞서 중국 시장에서 ‘왕홍’ 비즈니스 모델을 경험했기에 자신 있게 시장에 뛰어든 측면도 있다. 전 팀장은 “국내 시장은 중국과 달리 유통망이 촘촘하고 오프라인 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구매 형태가 점점 라이브 커머스로 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국내는 아직 라이브 커머스, 팬덤 커머스가 자리 잡기 위한 공식을 찾아 나가는 과정에 있지만 시장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국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하는 당사자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 레오제이는 “코로나 시대에 고속 성장하고 있지만 라이브 커머스 시장은 아직 초창기”라고 분석했다. 민스코 또한 이런 의견에 동의하면서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도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매일 하는 게 아니기에 제품 브랜드와 신뢰를 쌓으면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레오제이는 “라이브 커머스의 시청자는 내 구독자에 비하면 참여율이 10% 정도 수준이다. 제품 완판 뒤에도 시청자들이 남아 있는데 앞으로 재미요소도 추가한 예능형 콘텐츠를 만들면 더 괜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레오제이, 민스코
라이브 커머스 시장을 이끄는 레페리의 레오제이, 전찬미 유통영업 팀장, 민스코(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용수기자 purin@sportsseoul.com

◇우려→확신으로 바꿨기에 성과 낸 라이브 커머스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 먼저 뛰어든 레페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할 크리에이터의 영입이었다. 그러나 크리에이터가 있어도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라이브 커머스 시장을 성장시킬 수 없다. 전찬미 팀장은 “‘유튜브’가 영상만 즐기는 플랫폼이었을 땐 우리가 크리에이터들에게 사업 아이템을 제안해도 ‘유튜브에서 제품을 살까요?’라고 우려했다. 이전에는 제품을 추천하는 콘텐츠에 집중했기에 제품을 직접 판매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회상했다.

제품을 제조하는 시장이나 커머스를 진행할 크리에이터들의 반응도 시원찮았다. 민스코는 “사실 처음 라이브 커머스를 제안받았을 때 정말 걱정이 많았다. 우리 콘텐츠도 구독자들이 신뢰를 느껴야만 오래갈 수 있다. 물건 판매하는 자체가 독이 될 것을 걱정했다. 특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만 비칠까 걱정했다”면서 “그런데 제품 브랜드도 일정 기간 할인해주고 좋은 구성을 꾸려주니깐 괜찮았다. 딱 봐도 좋은 제품이다 보니 구독자들에게 소개하면 스스로 뿌듯하다”고 말했다.

레오제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인스타그램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분들을 ‘팔이피플’이라고 비하하는 말도 있어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다. ‘우린 친구인데, 우릴 돈으로 보나’라는 의견도 많았다. 그러니 물건을 대놓고 팔기가 무서웠다. 하지만 막상 좋은 구성으로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하니 너무 재미있었다. 구독자에게도 좋고, 나도 즐기면서 하니 그때 확신이 생겼다”고 돌이켰다.

크리에이터들이 첫발을 내디딜 수 있게 용기를 준 전 팀장의 공도 컸다. 그는 “우리는 유튜브 플랫폼에서 구매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에 증명하려고 공을 들였다. 크리에이터들에게 취지와 진정성을 설명했다. 특히 제품이 좋아도 크리에이터가 진심으로 추천하지 않으면 구매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확신 있는 제품들을 제안하고 그런 제품들로 프로모션했다”고 설명했다. 전 팀장은 “크리에이터들도 커머스를 통해 좋은 경험을 하다보니 인식도 바뀌었다. 이전에는 SNS를 통해 마케팅해도 자신의 영향력을 수치로 알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라이브 커머스는 실시간으로 판매 제품을 확인하니 크리에이터들도 생동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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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커머스 시장을 이끄는 레페리의 레오제이, 전찬미 유통영업 팀장, 민스코(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용수기자 purin@sportsseoul.com

◇쇼호스트보다 크리에이터들이 더 잘나가는 이유

현재 산업은 TV로 홈쇼핑을 즐기는 시대에서 온라인으로 라이브 커머스를 이용하는 시대로 변했다. 과거 능력 있는 쇼호스트가 제품의 매진을 견인했다면 이제는 크리에이터가 그 자리를 점차 채우고 있다. 민스코는 “쇼호스트가 하는 건 정제된 느낌의 방송”이라며 “우리는 실제로 집에서 사용하는 모습, 실생활에 적용하는 것을 보여드린다. 일상적인 것을 녹여내니 더 친근한 부분이 있다”고 기존 쇼호스트와 차이점을 강조했다. 레오제이는 “제품을 선택하는 주체가 다르다. 쇼호스트는 회사가 정한 제품을 방송에서 소개하지만 우리는 제품 제안이 와도 일정 기간 우리가 직접 사용해보고 만족하는 것만 선택해서 보여드린다”고 덧붙였다.

크리에이터가 진행하는 라이브 커머스의 특징은 ‘팬덤 커머스’다. 이들을 추종하는 구독자들은 자신의 크리에이터가 어떤 피부 타입이고 어떤 것을 좋아하고 자신과 어떻게 다른지 이미 파악하고 있다. 크리에이터를 깊게 아는 만큼 제품을 더 신뢰하게 된다. 전찬미 팀장은 “크리에이터들은 제품 한 통을 모두 다 쓰고 빈 병을 보여준다. 그러다 보니 구독자들도 크리에이터를 아는 만큼 더 믿을 수 있다. 크리에이터는 구독자들의 신뢰를 저버릴 수 없기에 더 신중해지고 더 좋은 제품을 고르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구독자와 쌓은 신뢰로 이름을 이어나가는 만큼 크리에이터들은 수많은 뷰티 제품 중 기본적으로 좋지 않은 제품을 걸러내는데도 공을 들인다. 민스코는 “제안받은 제품을 모두 라이브 커머스로 진행하지 않는다. 방송을 진행하면 내 영혼을 담아 설명해야 하는데 실제로 잘 쓰지 못하는 제품, 또는 내게 맞지 않는 제품이면 방송 시간 동안 거짓말하는 거나 다름없다. 그래서 항상 내가 잘 사용한 제품, 진정성 있게 소개할 수 있는 제품이 (라이브 커머스) 우선순위”라고 귀띔했다.

puri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