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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27)는 2021시즌을 앞두고 구단과 2년 850만 달러(100억3850만 원) 계약을 맺었다. 연봉조정신청 자격 첫 해 맺은 헐값 계약이다. 오타니의 에이전트는 CAA 스포츠의 네즈 발레로다.
메이저리그(ML) 선수 연봉의 데뷔 3년은 구단이 정한다. 4년차가 시작될 때부터 연봉조정 신청자격을 얻는다. 그때 선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MLB는 프리에이전트가 되기 전까지는 연봉 인하가 없다. 연봉 인하는 논-텐더(Non-tender)를 의미한다. 구단이 연봉 인상 요소가 없다고 판단해 계약을 포기하는 것이다. 선수는 FA가 된다. 다른 팀으로 이적 가능하지만 연봉은 인하된다.
오타니는 2022년 시즌 후 마지막 연봉조정신청 자격이 있다. 이 때는 연봉 2000만 달러 이상 받을 수 있다. MLB 역대 연봉조정 신청자 최고액을 뛰어 넘을 가능성이 있다. LA 다저스 외야수 무키 베츠가 2700만 달러(318억8700만 원)로 놀란 아레나도의 2600만 달러를 경신한 바 있다.
에인절스는 2022시즌 후 연봉조정 신청을 하기 전에 장기계약을 하는 게 최상이다. 하지만 녹록지 않다. 27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 등판한 날 오타니 뉴스는 MLB 기자들의 SNS를 달궜다. 오타니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정말로 에인절스를 좋아한다. 팬들을 사랑한다. 그러나 그것보다, 이기고 싶다. 그쯤 해두자”고 했다. 기자들은 벌써 오타니의 장기계약에 지대한 관심을 두고 있다.
오타니의 “이기고 싶다”는 발언은 FA가 되면 팀을 떠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또 플레이오프(PO)가 좌절된 에인절스의 마지막 가을야구는 2014년이다.
사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라디오 스포츠 토크쇼 진행자들은 FA가 됐을 때 오타니의 에인절스 잔류 가능성을 매우 낮게 전망했다. 팀이 PO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야구는 다른 종목과 다르다. 슈퍼스타 1,2명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이 어렵다.
NBA 현역 최고 선수는 ‘그리스 괴짜’ 포워드 야니스 아테토큰보다. 2020-2021시즌이 들어가기 전 2차례 정규시즌 MVP를 수상한 아테토큰보는 구단주와 면담을 가졌다. 전력 보강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거였다. 전력을 보강하지 않을 경우 구단과 장기계약을 하지 않을 태세였다. 트레이드를 통해 가드 드류 할러데이(뉴올리언스 펠리칸스)를 받았고 PO에서 눈부신 활약으로 팀의 50년 만의 우승에 기여했다. 물론 파이널 MVP는 아테토큰보가 받았다.
미국 최고 스포츠 풋볼(미식축구)은 쿼터백 놀음이다. 오타니를 풋볼로 적용하면 쿼터백인 셈이다. 우승은 쿼터백이 이끌고 팀의 리더다. 승패의 책임은 쿼터백이 진다. 오타니가 풋볼 선수라면 ”이기고 싶다”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스스로 팀을 이기도록 만들면 된다. 44세의 레전더리 쿼터백 톰 브래디(탬파베이 버캐니어스)를 보면 답이 있다.
그러나 야구는 오타니의 힘으로 월드시리즈(WS) 정상을 밟을 수가 없다. 이치로 스즈키도 그토록 WS 반지를 끼고 싶어 명문 뉴욕 양키스 트레이드를 자청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에인절스의 부진은 슈퍼스타 오타니와 조 매든 감독의 책임도 아니다. 팀을 마운드 중심으로 구성하지 않은 프런트 책임이 훨씬 크다. 3루수 앤서니 렌든에게 투입한 2억4500만 달러를 마운드 구축에 투자했다면 에인절스는 경쟁력을 갖추고도 남았다. 뒤늦게 구단은 2021년 드래프트에 20명 전원을 투수로 지명하며 마운드 강화에 밑돌을 깔았다.
에인절스는 오타니를 설득해 장기계약을 맺을 수 있을지가 앞으로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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