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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지난 23일(현지시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LA 다저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6차전이 벌어지기 전 날, 경기 개시 시간이 확정되지 않았다. 애틀랜타 홈팬들은 오후 5시가 될지, 오후 8시에 경기를 개시할지 기다리고 있었다. 입장권은 이미 매진이었다.

만약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언론들은 KBO의 무능, 방송사의 횡포를 들먹이며 온갖 비난을 퍼부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야구팬들과 언론은 6차전이 벌어지기 전 경기 시각이 정해지지 않았는데도 아무런 불평이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모든 스포츠 빅이벤트는 방송사의 스케줄에 좌우된다는 것을 일반팬들도 알고 있다. 왜 이해가 될까. 방송사는 천문학적인 중계권료를 지불하기 때문이다. 방송사가 천문학적인 중계권료를 지불하는 가장 큰 목적은 플레이오프다. 전국적인 주목으로 시청률이 높다.

방송사가 일정을 일방적으로 조정해도 되는 게 돈의 힘이다. 방송과 신문의 차이다. 신문은 현장에서 경기를 보고(콘텐츠) 기사를 작성한다. 방송은 거액을 주고 콘텐츠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한다.

미국은 빅이벤트 때 수 천장의 크리덴셜(출입증)을 리그가 발급한다. 크리덴셜에 따라 출입 지역이 다르다. 취재기자들은 그라운드에 내려갈 수 있다. 그러나 홈플레이트쪽 잔디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한다. 단독중계권을 갖고 있는 방송사 취재기자와 캐스터 해설자들은 배팅케이지 옆까지 출입이 허가된다. 일종의 특혜다.

NLCS 6차전의 경기 시간은 ALCS 6차전의 결과에 따라 정해졌다. ALCS 6차전에서 보스턴이 이길 경우 7차전으로 이어져, NLCS 6차전(TBS)은 오후 2시로 편성되고 ALCS 7차전(FOX)은 오후 8시가 된다. 그러나 ALCS 6차전에서 휴스턴의 우승이 확정되며 NLCS 6차전은 오후 8시로 조정됐다. 빅 이벤트는 동서부의 시간차를 고려해 동부 오후 8시, 서부 기준 5시에 열린다.

월드시리즈 경기 시각을 보면 오후 8시9분이다. 8시면 8시지, 왜 8시9분일까. 방송사가 경기 전 광고를 내고, 플레이볼 시간이 8시9분이다.

월드시리즈(FOX-TV 중계)는 항상 화요일에 시작된다. 화, 수(1,2차전), 금, 토, 일(3,4,5차전), 화, 수(6,7차전)로 진행된다. 경기 시각은 모두 5시다. 주말이라고 낮경기를 하는 게 아니다. 풋볼(미식축구)과 마주치면 안된다. 피해야 한다. 월요일 NFL 먼데이나잇 풋볼, 목요일 서스테디나잇 풋볼, 주말 풋볼 낮경기로 벌어진다.

FOX-TV는 이번 주 목요일부터 NFL 서스데이나잇 풋볼을 중계한다. 서스데이나잇 1경기 중계권료가 5000만 달러(586억7500만 원)다. 이런 거금을 투자하기에 방송사 일정 조정은 당연하다.

지난 7월, KBO는 NC와 두산의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으로 시즌을 중단할 때 방송사와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KBO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콘텐츠 사용료를 내는 방송사와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스포츠 마켓을 키우는 것은 방송사의 힘이다. 오늘날 미국 스포츠가 호황을 누리고 중계권료가 폭등하는 것은 스포츠전문채널 ESPN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물론 리그는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미국의 대학농구, 대학풋볼 중계권료가 비싼 이유도 콘텐츠가 프로 뺨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moonsy10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