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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을 향해 따봉을 날리는 고희진 삼성화재 감독.제공 | 한국배구연맹

[스포츠서울 | 대전=정다워기자] 삼성화재가 달라졌다.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 36경기서 6승에 그치며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아무리 배구 명가가 옛 말이라 해도 납득하기 쉽지 않은, 자존심이 구겨지는 순위였다.

절치부심. 이번 시즌 초반의 삼성화재는 아예 다른 팀이 됐다. 삼성화재는 2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2 승리했다. 앞선 경기서 한국전력을 완파하며 분위기를 바꾼 우리카드를 맞아 의미 있는 승리를 챙겼다. 무려 2년 만에 거둔 3연승이자 우리카드전 11연패 늪에서 탈출하는 승리였다.

무엇보다 3세트 11-25 패배 후 경기를 뒤집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삼성화재는 4세트 후반까지 16-19로 뒤졌다. 위기 상황에서 지난 시즌 서브왕 러셀이 강력한 서브로 분위기를 뒤집었다. 압도적인 기세를 이어간 삼성화재는 5세트마저 잡아내며 역전승을 거뒀다.

삼성화재는 러셀 영입을 통해 ‘강서브’라는 확실한 무기를 챙겼다. 러셀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강하게 서브를 구사한다. 고희진 삼성화재 감독은 실수를 감내하면서 선수들에게 강한 서브를 요구한다. 상대적으로 레프트 쪽 무게감이 떨어지는 만큼 강한 서브로 상대 리시브 라인을 공략해야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화재가 승리한 1세트 우리카드의 리시브효율은 10%에 불과했다. 5세트엔 9.09%로 더 추락했다. 범실이 32회로 우리카드(16회)의 두 배에 달했지만 서브에서 9대8로 승리했다. 작전이 적중했다는 뜻이다.

강서브는 이제 삼성화재의 트레이드 마크, 팀컬러가 됐다. 삼성화재는 현재 세트당 1.688회로 서브 1위에 자리하고 있다. 공격종합 6위로 저조하지만 서브를 앞세워 3연승으로 3위까지 도약했다. 리시브는 아무리 마음의 준비를 한다 해도 잘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삼성화재의 돌풍은 당분간 지속될지도 모른다. 게다가 삼성화재는 황승빈 세터의 안정적인 경기 운영, 황경민의 밸런스, 안우재의 속공까지 장착한 팀이다. 어느 팀도 쉽게 볼 수 없다.

팀 분위기 자체도 달라졌다. 특히 고 감독의 리액션을 앞세워 ‘텐션’을 올리는 모습이 눈에 띈다. 고 감독은 팀 득점이 나올 때 유난히 큰 세리머니를 한다. 마치 자신이 선수인 것처럼 행동한다. 득점한 선수를 직접 불러 하이 파이브를 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이날 중계방송사에서는 특별히 고 감독의 리액션을 모은 영상을 내보내기도 했다.

고 감독은 “제가 배구를 했으니 촉이라는 게 있다. 저는 기(氣)를 믿는다. 제 기, 느낌을 선수들에게 전달해주고 싶다. 잘 되니까 계속 그럴 수밖에 없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함께하고 싶다. 저도 젊은 감독이다. 선수들과 호흡하고 싶다”라며 크게 리액션을 하는 이유를 이야기했다. 1980년생으로 아직 40대 초반인만큼 감독이 팀에 활기를 불어넣고 싶다는 생각이다.

러셀은 고 감독의 세리머니가 팀 분위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감독님이 젊다. 선수들과 함께 화이팅하고 세리머니를 하는 게 즐겁다. 자극제가 돼 경기 결과를 만든다. 팀으로서 패기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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