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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은 전 세계를 강타했다. 가장 큰 타격을 본 산업 가운데 하나가 스포츠와 영화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팬더믹 상황에서 방송계를 강타한 스포츠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NBA 1990년대 시카고 불스 왕조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을 다룬 ‘더 라스트 댄스(The Last Dance)’다. 2020년 4월19일 현지 시간 일요일에 처음 ESPN으로 방영된 라스트 댄스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
미국에서 챔피언십 라이브 경기가 아닌 스포츠 방송으로는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2.6%)로 725만 명이 시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ESPN은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에 가입한 시청자들만 볼 수 있는 방송이다. 그럼에도 역대 최고 시청율이었다. 10편으로 제작된 ‘라스트 댄스’는 1편의 시청률이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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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9일부터 5월17일까지는 ESPN으로 방영됐고, 이후 넷플릭스를 통해 전파됐다. 방영 후 평가는 호평 일색이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전문 감독 켄 번즈는 마이클 조던의 회사 ‘점프 23’이 제작에 관여해 저널리즘의 본분을 잃었다고 비평했다. 한마디로 점프 23의 참여로 조던을 미화할 소지가 충분했다는 것이다. 후일담이지만 조던은 개인 사생활을 내세워 자신의 집에서의 촬영을 반대했다.
켄 번즈(68)는 시빌 워, 베이스볼, 내셔널 파크, 루즈벨트, 베트남 전쟁, 컨트리뮤직 등 대작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연출한 미국 최고의 디큐 영화인이다.
미국에는 스포츠가 문화 및 산업으로 자리잡은 터라 영화는 물론이고 다큐멘터리 필름도 무수히 많다. 스포츠전문채널 ESPN은 ‘30 for 30’라는 다큐멘터리를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스타플레이어, 스포츠 스캔들 등 다루지 않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스포츠 방송 종사자들에게는 하나의 교과서다. 30 for 30는 현재까지 157편의 다큐가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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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사 진’이 제작한 야구 다큐멘터리 ‘1984 최동원(감독 조은성)’을 관심있게 봤다. 그동안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4승을 거둔 롯데 자이언츠 최동원을 다룬 방송사의 짧은 다큐를 본 적은 있었다. 그러나 개봉관 영화로 상영된 본격적 스포츠 다큐멘터리라는 점에서 감동과 의미가 컸다.
인터뷰 배경 화면 처리나 제대로 보관되지 않는 1984년 한국시리즈 장면을 되찾아 삽입한 포맷 등에서 연출자의 고난한 노력을 읽을 수 있었다. 최동원의 경남고 선배이며 1984년 롯데 3루수였던 김용희 씨의 인터뷰는 매우 돋보였다. 감독을 역임했고, 야구 철학이 뚜렷한 몸에 밴 자세가 인터뷰에서도 묻어났다.
다만, 기자로서 ‘1984 최동원’을 보고 아쉬운 점은 두 가지다. 1984년 져주기 경기의 장본인이며 한국시리즈에서 패한 삼성 라이언즈 김영덕 전 감독의 인터뷰가 없다는 점이다. 고령이고 최근 건강이 좋지 않아 인터뷰를 거부했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인물이 빠졌다는 점에서 옥에 티다. 일본까지 건너가 김일융을 인터뷰 한 노력을 김 전 감독에게 쏟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두 번째는 1984년 삼성과 롯데를 취재한 기자의 인터뷰가 없다는 점이다. 기자 한 명의 인터뷰가 있지만 1984년 한국시리즈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스포츠 다큐멘터리의 기본은 기자의 증언이다. 취재 기자는 가장 객관적이고, 라커룸에서 벌어지는 일을 가장 잘 안다. ‘라스트 댄스’에 기자들의 증언이 수없이 많다. 조던의 일방적 얘기로 흐를 수 있기 때문에 기자의 객관적 증언이 필수였다.
개인적으로 ‘1984 최동원’ 평점은 10점 만점에 8은 충분히 주고 싶다. 그리고 뒤늦은 인사지만 제작자 분들 수고 많으셨다.
moonsy10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