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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메이저리그 최초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은 우완 짐 ‘캣피시’ 헌터다. 전 오클랜드 에이스 헌터는 1974년 12월15일 뉴욕 양키스와 5년 375만 달러 계약을 맺는다.
헌터는 1974시즌 25승12패 2.49로 월드시리즈(WS) 우승과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오클랜드 구단주는 찰스 O로 그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악의 구단주 가운데 한 명이다. 현 연봉으로는 껌값 수준에 불과하지만 당시로는 파격적인 금액이었다.
헌터는 양키스에서 5시즌을 활동하며 팀을 두 차례 WS 정상에 올려 놓았다. 10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포함해 5년 연속 20승 이상을 작성한 헌터는 1987년 자격 첫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1999년 루 게릭 병으로 53세를 일기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스포츠에서 FA 도입은 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뛴다는 것을 뜻한다. FA라는 단어 자체가 뜻하는 게 자유경쟁이다. 연봉 100만 달러 수준의 선수가 FA 계약으로 500만 달러로 치솟는 게 프리에이전트 시장이다.
지난 12일 MLB 구단주들의 직장폐쇄 전 FA 시장에서의 행태를 봐도 알 수 있다. 1974년 FA가 도입된 이래 최고액 25억 달러(2조9575억 원)를 연봉에 쏟아 부었다. 직장폐쇄 시간에 쫓겨 미계약 상태인 대어급 FA도 수두룩하다.
KBO리그도 이번 겨울 FA 시장 사상 역대급 연봉 계약이 이뤄졌다. 27일 현재 연봉액만 877억 원이다. MLB 문을 잠시 두드렸던 NC 나성범은 KIA와 6년 최대 150억 원을 받는 조건에 사인했다.
FA 장기계약은 장단점이 있다. 구단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연봉 협상과 관계없이 전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그러나 김응용 전 감독의 말처럼 배에 기름이 끼면 동기 부여가 안된다. 특히 KBO리그는 명예의 전당이라는 선수 최고 목표와 지향점이 없는 터라 더욱 그렇다. 동기 부여는 1년 계약이 가장 좋을 수밖에 없다.
MLB 사상 최초의 양 리그 월드시리즈 정상을 이끈 고 스파키 앤더슨 감독은 “나에게 다음 시즌 FA가 되는 25명의 선수를 줘라. 해마다 페넌트레이스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동기 부여가 되는 FA 효과를 지적한 말이다.
그런데 MLB와 KBO리그 FA 계약은 성격 차이가 크다. KBO리그는 회계 장부상으로 적자이면서 거액을 퍼붓는다. 자본주의에 맞지 않는 이상한 투자다.
MLB는 프랜차이즈 마켓에 규모에 따라 FA 대어급 계약이 이뤄진다. 시장이 큰 뉴욕, LA는 대어급 FA 계약을 팬들이 하라고 압박한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처럼 스몰마켓 팀은 FA 대어급 계약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스포츠 마켓이 큰 프랜차이즈는 리빌딩이라는 게 없다. 전력이 약하면 FA 시장에서 선수를 영입하면 된다. 로컬 방송중계권 액수가 엄청나다. 다저스의 1년 로컬 방송중계권료가 3억3400만 달러(3966억 원)다. 번 돈을 써야하는 구조다.
MLB는 거액의 FA 계약을 맺으면 이듬해 입장료를 올릴 때가 있다. 팬들은 입장료 인상을 감수한다. KBO리그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통제를 받기도 하지만 구단이 FA 시장에서 큰 돈을 썼다고 입장료 인상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안된다.
KBO리그의 FA 계약 투자는 모 기업에서 돈을 쓰라고 내려주면 시장가와 상관없이 과감하게 영입한다. 모 기업에서 실탄(예산)을 주지 않으면 대형 FA 계약은 불가능하다. moonsy10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