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2014년 4월 18일 샌프란시스코와 원정경기에서 타석을 소화하고 있는 LA 다저스 류현진. 샌프란시스코(미 캘리포니아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메이저리그(ML) 노사협정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지명타자 제도 확대는 기정사실이다. 구단주 입장을 대변하는 ML 사무국과 선수노조 모두 2022시즌부터 내셔널리그도 지명타자를 라인업에 포함시키는 데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1876년부터 145년 동안 투수도 타석에 섰던 내셔널리그가 커다란 변화를 앞두고 있다.

야구가 시작된 시점부터 투수도 타자를 했다. 수비시 그라운드에 서는 9명이 모두 공격시에는 배트를 들었다. 그런데 내셔널리그보다 25년 늦게 출범한 아메리칸리그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1901년 출범한 아메리칸리그는 1973년부터 지명타자 제도를 시행했다. 당시는 투수가 타석에 서지 않는 게 이질적으로 보였지만 지명타자 제도는 연착륙했다.

이후 지명타자 제도는 전세계로 널리 확대됐다.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가 1975년부터 지명타자 제도를 수용했으며 1982년 출범한 KBO리그 또한 지명타자 제도를 채택했다. 대만, 멕시코, 호주 프로리그도 지명타자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프리미어12,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 또한 지명타자가 라인업에 포함된다. 지난해까지 ML 내셔널리그,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만 지명타자 없이 투수도 타석에 섰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만 투수도 타석에 설 전망이다. 직장폐쇄 상태인 ML는 2, 3년 전부터 지명타자 제도 확대를 고려해왔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단축시즌으로 진행된 2020년에는 내셔널리그도 지명타자 제도로 운영됐다. 타석에 서는 것을 선호하는 투수들, 야구의 전통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전통주의자들의 반대로 투수도 배트를 들었으나 이번 노사협정을 통해 ML에서 투수 타석은 역사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Baseball Lockout
메이저리그 선수노조 토니 클락 회장. | AP 연합뉴스

구단주 측과 선수노조는 여러가지 쟁점 사안을 두고 충돌하지만 지명타자 제도 확대 만은 합의를 이루고 있다. 선수노조 입장에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내셔널리그도 지명타자 제도를 시행하면 일자리가 두 배로 는다. 타격에 비해 수비력이 부족했던 선수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미국 현지 야구팬들도 우호적이다. 지난달 메이저리그 전문 사이트 트레이드 루머스 닷컴에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62%가 내셔널리그도 지명타자 제도에 찬성했다. 반대는 26%, 관심이 없다는 답변은 12%였다.

팬들이 찬성하는 것처럼 구단주 입장에서도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ML에서 투수들은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난 비율이 44.2%에 달했다. 총 4830번의 타석에서 타율 0.110 출루율 0.150 장타율 0.142에 그쳤다. 투수들이 점점 더 빠르고 강렬하게 움직이는 공을 던질수록 타석에 선 투수들은 고전한다.

물론 투수가 안타 혹은 홈런을 치면 팬들은 열광한다. 투수가 타석에 서는 것은 선발투수 교체 타이밍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투수의 9번 혹은 8번 타순 배치에 대한 논쟁 또한 야구의 볼거리 중 하나였다. 그래도 대부분의 경우 투수 타석은 이른바 쉬어가는 타순이었다. 보다 강렬하고 긴장감 넘치는 야구를 위해 지명타자 제도가 적합하다고 빅리그 전체가 합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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