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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 킴이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금메달을 따낸 뒤 포디움에 올라 국기를 바라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천재가 쓰레기 통에 버린 것은 금메달이 아닌 번아웃 증상이었다. 원치 않은 관심에 마음을 잡지 못하던 미국의 ‘스노보드 천재 소녀’ 클로이 킴(22)이 돌아왔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최고 스타 중 한 명인 킴은 지난달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인터뷰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금메달을 쓰레기통에 던지는 행위를 했지만, 그 과정을 들어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사상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로 금의환향했지만, 그를 기다린 것은 지나친 관심이었다. 일상을 포기해야 했고, 스토킹에 시달려야 했다. 인종차별은 물론이고 학교(프리스턴대학)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익명을 포기한 직업인’이라면 어느정도 관심은 감내해야 하지만, 킴에 대한 미국 지역사회의 관심은 도를 넘었다. 그는 지난 6일 올림픽 정보 제공 사이트 ‘마이 인포’를 통해 “지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힘든 일이 많았다. 어딜 가도 사람들이 알아보고, 심지어 집에 들어오려는 사람도 있었다. 사생활 침해가 내게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번아웃 증상이 생겼다”고 돌아봤다.

실제로 킴은 2019년 US오픈에서 발목을 부상한 뒤 스노보드를 벗었다. 공황장애에 우울증까지 앓아 심리치료가 필요했다. 평범한 대학생을 꿈꾸며 진학한 프리스턴 대학에서도 첫 1년 간은 유명세에 시달려야 했다. 스토커까지 생겨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지기까지 2년 여의 지옥을 경험했다. 킴이 자신의 첫 올림픽 금메달을 쓰레기통에 처박은 이유는 타고난 재능에 대한 분노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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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 킴이 지난해 12월 20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코퍼 마운틴에서 열린 여자 스노보드 슈퍼파이프 파이널 라운드에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코퍼마운틴(미 콜로라도주) | AFP 연합뉴스

킴은 번아웃에서 벗어나 마음의 상처를 다스린 뒤 다시 눈밭에 섰다. 복귀전이던 2021~2022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여자 하프파이프 1위를 따내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미국을 대표해 베이징행 티켓을 거머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는 “쓰레기통에 버렸던 메달은 다시 꺼내 잘 보관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는 “금메달은 화풀이 대상이었던 셈”이라며 “힘든 시간이었지만, 인생에서 배움의 시간이 된 것 같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면서 “오래 기다려온 올림픽인데,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말로 올림픽 2연패를 정조준했다.

불굴의 의지로 ‘타인으로부터 자유를 억압당하는 최악의 순간’을 이겨낸 킴은 오는 9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에서 열리는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예선을 준비한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