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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조 1위 목표, 야망은 그 이상이 돼야 한다.”
정공법을 택하면서도 실리적 모험도 예고했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조기에 확정한 성과에서 비롯됐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1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오는 24일 이란(서울), 29일 아랍에미리트(UAE·원정)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9~10차전에 나설 25명의 태극전사 명단을 발표했다.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턴) 황의조(보르도) 등 유럽파 정예 멤버가 모두 부름을 받은 가운데 박민규(수원FC)가 처음으로 발탁됐다.
지난달 2일 시리아와 8차전(2-0 승) 승리로 올 11월 예정된 카타르 월드컵 본선행을 조기 확정한 한국 축구는 잔여 2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6승2무(승점 20)로 선두 이란(승점 22)에 이어 2위를 마크 중이다. 각 조 1~2위에 주어지는 본선행 티켓을 손에 넣은 만큼 남은 경기는 한결 여유롭게 치를 수 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정예 멤버 소집에 뜻을 뒀다. ‘조 1위 목표’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표면적 이유는 월드컵 본선 조 추첨 때문이다. 이란을 제치고 1위에 오르면 3번 포트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4번 포트보다 강한 상대를 만날 확률이 적다. 다만 벤투 감독은 그보다 이제까지 자신이 지향한 ‘후방 빌드업’ 축구가 완성되기까지 프로세스를 강조하면서 일관성 있는 모습을 외쳤다. 그는 “2018년부터 대표팀을 운영해온 프로세스가 월드컵이 끝나고 마무리된다. 선수를 관찰하고 선발하는 과정은 변하지 않는다”며 “6월, 9월도 같은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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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는 부임 초기 부침을 딛고 월드컵 최종 예선 들어 완벽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뽐내고 있다. 상대 전적에서 열세(9승10무13패)인 이란을 넘어 조 1위를 차지하는 건 벤투호의 현주소를 더욱더 대변하는 수치가 될 수 있다. 또 월드컵 본선 호성적 희망을 더욱더 품을 수 있다. 벤투 감독은 ‘조 추첨 3번 포트’ 얘기에 “현재 거기까지 생각은 안 하고 있다. 다가오는 두 경기에서 어떻게 팀을 상대할지만 생각한다”며 “이란은 피지컬, 전술 면에서 뛰어나지만 우리가 저지하면서 조 1위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상으로 지난 7~8차전 최종 예선에 빠졌던 손흥민, 황희찬 ‘두 프리미어리거’가 공격 선봉에 선다. 다만 황희찬은 명단 발표 전날 치른 에버턴전에서 부상을 입어 합류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 주장 손흥민은 간판 공격수일뿐더러 정신적 지주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란 원정 경기(1-1 무)에서 12년 만에 한국 선수로 ‘지옥의 아자디’ 땅에서 골 맛을 봤다. 이번엔 안방에서 다시 한번 이란 저격수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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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은 기존 색깔을 유지하면서 새 얼굴 실험도 선택했다. 이용(전북) 홍철(대구) 등 베테랑 풀백 줄부상 속에서 박민규, 윤종규처럼 어린 선수를 선발한 것이다. 가뜩이나 대표급 ‘풀백 기근’ 현상에 놓인 한국 축구인데, 벤투 감독은 이전보다 부담이 적은 2연전인 만큼 미래 지향적인 카드도 골랐다. 센터백엔 이재익(서울이랜드)도 오랜만에 가세했다. 벤투 감독은 “이재익, 박민규 모두 기술적으로 좋다. 이들이 대표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지켜볼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벤투호’는 지난 1월 터키전지훈련 때도 김진규(부산) 등이 맹활약하며 새로운 엔진으로 떠올랐다. 이번 2연전에서도 신예가 제 구실을 해주면 본선을 앞두고 내부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커다란 힘이 될 전망이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