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가수 겸 배우 차은우를 둘러싼 200억 원대 세무조사 논란은 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는 사례로 풀이된다.

다만, K팝과 K드라마의 글로벌화로 아티스트 한 명의 IP(지식재산권) 가치가 웬만한 중소기업의 매출을 상회하는 시대가 왔지만, 이를 바라보는 과세 기준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걸어 다니는 기업 ‘아티스트’…1인 기획사는 K엔터 비즈니스의 진화

과거에는 연예인이 기획사에 소속돼 정해진 배분율에 따라 수익을 나누던 수동적 존재였다면, 이제는 아티스트 자체가 하나의 플랫폼이자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주체로 변화했다. 글로벌 단위의 광고 계약, 월드 투어, 콘텐츠 제작 등 사업 규모가 비대해지면서 이를 전문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법인을 세우는 것은 자연스러운 산업적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사단법인 한국매니지먼트연합(이하 한매연)은 입장문을 통해 전 세계적 한류 열풍으로 인해 “개인이 천문학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화가 되어 버린 것”이라며 “아티스트 스스로 자신의 커리어와 IP,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를 관리하기 위해 소위 ‘개인화된 법인’을 설립하고 관리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대형 기획사가 다수의 소속 연예인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면, 1인 기획사는 오직 한 명의 아티스트를 위해 고도화된 지원 시스템을 갖춘다는 점에서 운영 방식의 차이가 명확하다.

◇수익 극대화는 자본주의의 기본…‘가족 경영’을 향한 오해와 진실

논란의 핵심 중 하나인 가족 경영 역시 엔터 업계의 특수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티스트의 수익 구조가 투명해야 하고 사생활 보호가 최우선인 연예계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가족이 일정 관리나 자산 운용을 맡는 것은 이미 보편화된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이다.

한매연은 “현행 과세 행정은 이러한 법인을 일률적으로 소득세 누진세율 회피를 위한 ‘도관(paper company)’으로 간주하며, 실질과세 원칙이라는 이름 아래 광범위한 사후 추징을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이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수익의 극대화를 추진하는 것은 경영의 기본 원칙인 만큼, 해당 법인이 실제로 아티스트의 권한을 대리하고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면 가족 운영을 부도덕한 탈세 창구로만 매도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의미다.

특히 주목할 지점은 아티스트의 경제적 선택지다. 이미지가 생명이고 곧 수익의 원천인 이들이 ‘탈세범’이라는 주홍글씨를 감수하면서까지 고의적인 탈세를 시도한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정상적인 이미지 관리로 벌어들일 수 있는 막대한 수익을 포기하는 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탈세로 얻는 이득보다, 논란으로 인해 광고 계약이 해지되는 등 손해가 훨씬 더 크기에 커리어를 건 무리한 도박에 나서겠냐는 시선이다.

◇문제는 탈세 프레임이 아닌 ‘기준의 부재’와 ‘절차적 정의’

이번 사태가 시사하는 가장 큰 문제는 1인 기획사의 확산 속도에 비해 과세 제도가 이를 뒷받침할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매연은 “현재 사후 추징이 반복되는 이유는 해당 법인의 ‘악의’가 아니라 ‘기준의 부재’”라며, 국세청의 추징 처분이 반복적으로 뒤집히는 이유 역시 업계의 편법 때문이 아니라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법률적 측면에서의 절차적 정의 문제도 제기된다. 현재 차은우 측은 국세청의 과세 예고 통지에 ‘과세전적부심’을 청구하고 소명 절차를 밟고 있다. 공식적인 납세 고지서가 발부되지 않아 과세 여부나 금액이 최종 확정되지 않은 단계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차은우의 구체적인 과세 정보가 언론에 유출된 것과 관련해 성명불상의 세무공무원을 고발하며 “과거 故 이선균의 사례와 같이 확인되지 않은 수사·조사 정보가 공개되며 개인의 명예와 인권이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훼손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맹은 또한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과세 정보가 유출되고 사회적 낙인이 찍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불법적인 정보 유출이 초래하는 피해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성숙한 K컬처를 위한 조세 인프라 구축해야

결국 차은우의 사례를 통해 드러난 논란은 엔터 산업의 성장에 걸맞은 조세 행정의 변화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아티스트 개인의 도덕성만큼이나, 아티스트가 기업화된 환경에서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합리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한매연은 “K컬처는 더 이상 일부 스타 개인의 성과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이자 국가 브랜드”라며 “그 성장을 이끌어 온 구조를 탈세라는 프레임으로만 재단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 성장 엔진을 꺼뜨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roku@sportsseoul.com